A씨는 결혼 2개월째인 지난해 1월 부부싸움을 하다가 선반 위에 놓인 TV 겸용 모니터를 밀어 넘어뜨렸다. “여자 연예인 광고가 나오는 인터넷 사이트를 찾아보지 말라”는 아내의 말이 듣기 싫었다는 이유에서였다. A씨는 TV값인 15만원 상당의 물건을 부순 혐의(재물손괴)로 인천지검에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범죄는 맞지만 재판에 넘길 만큼 큰 사안은 아니므로 기소를 유예한다는 의미다.
A씨는 기소유예 처분도 부당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재물손괴 혐의가 성립되지 않는다”며 “이 처분으로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당했다”고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은 A씨의 평등·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고 결정했다고 7일 밝혔다. 해당 TV는 A씨가 결혼 전 구입한 것이므로 A씨 특유재산(부부 한쪽이 사용·관리하는 재산)에 해당한다는 취지다.
현재는 “A씨에게 형법상 재물손괴죄가 성립하려면 A씨가 부순 TV가 아내 소유이거나 부부 공동소유 등 타인의 재산이어야 한다”며 “TV 파손 사건은 결혼 2개월 만에 일어났는데 그 사이 TV 소유권이 아내에게 옮겨졌거나 공동소유로 바뀌었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없다”고 판단했다. 만약 아내가 혼수로 구입한 TV를 아내가 부부싸움 도중 부쉈다면 어떻게 될까. 법조계 관계자는 “아내가 혼인 전 구입했고, 혼수의 부부 공동소유에 대한 합의가 없을 경우 아내의 특유재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며 “재물손괴죄가 성립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남편이 결혼 전에 산 TV는 개인소유…” 아내가 사온 건?
입력 2017-05-08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