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새 대통령, 야당과 대화 가능한 총리 발탁해야

입력 2017-05-07 17:25
9일 0시 19대 대통령 선거운동이 종료된다. 유권자들의 선택만 남아 있다. 후보들은 표심을 잡기 위해 지난달 17일부터 22일 동안 자신만의 국가 비전과 미래 청사진을 앞세워 총력을 다해 달려왔다. 그러나 ‘행정수도 세종시 이전’ ‘4대강 사업’ 등 대선 판도를 흔들 만한 대형 정책 어젠다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과거 대선과 마찬가지로 정책 대결은 실종됐고, 그 자리를 막말과 네거티브가 차지했다. 말로는 통합을 외쳤지만 진정성은 전혀 느낄 수 없었다. 대선 이후가 걱정될 정도다.

차기 대통령은 유례를 찾기 힘든 어려운 대내외적 환경 속에서 취임하게 된다. 인수위원회를 통한 정권 인수 절차도 없이 국정을 곧바로 운영해야 한다. 녹슨 경제 엔진을 잘 닦아 되살려야 하고, 위기로 치닫고 있는 동북아 안보 지형 속에서 국익을 위한 묘수를 찾아내야 한다. 누가 당선되든 여소야대 국면에서 야권과 협치를 하지 않으면 매끄러운 국정 운영은 기대하기조차 힘들다. 말 그대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제19대 대한민국 대통령은 그중에서도 ‘통합’ 숙제를 최우선적으로 풀어야만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부터 대선운동 기간까지 갈라졌던 민심을 하나로 만들어내야만 하는 지난한 과제가 주어져 있다. 초대 국무총리 인선이 통합의 향배를 가늠하는 첫 번째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전망이다. 대통령과 국정운영 철학을 공유하면서도 야당이 수긍할 수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 야당과 대화가 가능한 인물이어야만 정권 초반 혼란 기간을 최대한 줄일 수 있다. 통합형 총리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역대 정부 출범 과정에서 총리 인선이 지연되면서 국정이 삐걱대는 모습을 많이 봐오지 않았던가. 야당도 정부 출범 기간만이라도 초당적 협조가 필요하다. 통합은 어느 한쪽만의 힘으로는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내각은 비전을 갖춘 전문가들로 구성할 필요가 있다. 청와대의 명령을 수행하는 비서형 장관은 더 이상 안 된다. 해당 분야만큼은 책임지고 진두지휘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 정치적 견해를 떠나 중장기적 정책 수립과 운영이 가능한 환경 조성은 필수다. 이를 위해선 충분한 임기를 보장해주고 현재보다 많은 예산 조정권과 인사 권한을 부여해야 마땅하다. 다른 진영 소속 인물이라도 필요하다면 삼고초려해서라도 기용해 봄직하다. 역대 정권이 늘 그래왔듯 캠프 인사들에게 자리를 나눠주는 논공행상식 인사는 지양해야 한다. 만약 그리 된다면 또다시 ‘그들만의 대통령’이라는 비난에 직면할 것이다. 곁가지일 수 있지만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말처럼 차기 대통령이 확정되는 순간 국립서울현충원 대신 야당 지도부를 먼저 찾아가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야당을 국정 파트너로 인정한다는 좋은 신호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