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연휴 막바지인 6일 강원도 강릉과 삼척, 경북 상주 등 3곳에서 난 산불에 전국의 산림 100여㏊(잠정)가 순식간에 잿더미로 변했다. 이틀 동안 이어진 산불로 민가 수십채가 탔고 이재민도 수백명이 발생했다. 올해 산불 피해 면적(171㏊)의 절반이 넘는 산림이 소실된 셈이다. 산불이 나면 복구되기까지는 최소 30년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안타까운 일이다. 강릉과 상주 산불은 큰불이 잡혔지만 삼척 산불은 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강풍이 피해를 키웠지만 정부 당국의 부실한 대응도 한몫했다. 발화지점에서 7㎞가량이나 떨어진 시내까지 매캐한 냄새와 뿌연 연기, 재까지 날아들었지만 주민들의 휴대전화는 조용했다. 인근 고속도로는 연기로 뒤덮여 운전 중 시야 확보가 어려웠고, 불길이 도로변까지 번져 교통안전마저 위협했으나 운전자들은 자세한 영문도 알지 못한 채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운행했다. 울려야 할 국민을 위한 ‘경보음’이 울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민안전처가 6일 발송한 문자는 오후 4시4분 강원도 고성·양양·속초·삼척·동해 등 건조경보가 내려진 지역에 발송한 화재 주의 내용이 고작이었다. 지자체나 기상청, 한국도로공사 등 정부기관에서도 긴급재난문자 송출 요청을 하면 문자 송출이 가능하지만 어느 기관에서도 안전처에 요청하지 않았다. 지난해 9월 경주 지진의 판박이다. 피해 규모 기준 100㏊ 이상의 대형 산불이 아니어서 문자 송출이 애매했다고 주장하지만 변명에 불과하다. 강풍으로 산불이 급속도로 번지고 피해가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수치에 얽매여 국민 안전을 등한시한 것에 불과하다. 각종 재난과 사고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안전 당국의 소명을 망각한 처사이다. 국민들이 ‘재난에는 언제나 국가가 있다’는 믿음을 가질 수 있도록 좀 더 정교한 안전 및 경보 시스템을 구축하길 바란다.
[사설] 좀 더 정교한 산불 경보시스템 구축을
입력 2017-05-07 1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