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정세가 일대기로를 맞고 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우여곡절 끝에 북한에 대한 ‘최대의 압박과 관여’ 전략을 발표했고 일차적으로 초강경 압박 전략으로 북한을 몰아붙이고 있다. 북한은 미국과 중국의 합동 공세에 당황하면서 언론매체를 통한 중국 공격에 나선 상황이다. 중국은 미국의 대북 압박 동참 여부에 일정부분 호응하면서 치밀한 전략적 계산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대선을 직전에 두고 사드 배치 비용에 대한 미국의 청구서까지 받은 형국에 안보적 사활이 걸린 북핵 문제가 미국과 중국 등 외부 요인에 의해 설정되고 제약되는 고차방정식의 위기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한반도 정세와 북핵 문제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 것은 북핵 문제를 최대의 ‘안보 위협’으로 상정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으로 촉발되었다. 미국은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와 중국에 대한 ‘관용’이 북핵 사태를 악화시켰다고 판단하고 새로운 카드를 꺼내들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으면 과거와는 차원이 다른 대북 압박, 외교적으로는 북한을 고립시키면서 유사시에는 선제타격이라는 군사행동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4월 북한 핵실험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실험 설을 잠재우기 위해 ‘움직이는 군사기지’라는 칼빈슨호부터 ‘모든 폭탄의 어머니’라는 모압(MOAB·공중폭발 초대형 폭탄)까지 등장시키는 초강압 분위기를 연출하면서 대북 강경 기조를 유지했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미국의 대북 전략은 현재 20% 내지 25% 수준이라면서 많은 대북 옵션이 남아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중국 역시 트럼프의 강공책에 미국과 타협하는 자세를 견지했다. 특히 무역 등 경제문제와 북핵 문제를 연계하는 트럼프의 전략을 예상치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중국을 무시한 채 자의적 행동을 일삼는 김정은 정권에 대한 경고를 분명히 할 수 있는 기회로 판단하고 관영매체를 동원해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강행하면 식량과 원유 중단을 불사할 것이라든가, 미국의 선제 타격 시 북·중 우호협력 조약에 따른 군사적 지원도 하지 않을 수 있다는 선전전을 전개하고 있다. 특히 6·25전쟁을 일으켜 중국 인민군을 희생시키고 중·미 관계를 악화시켰으며 양안 문제 해결도 어렵게 했다는 감정적 언사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중국이 미국의 강경책에 대책 없이 동조했다가 대북 영향력을 상실한다면 그야말로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닐 수 없기 때문에 주도적으로 제재안을 꺼내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늘 그렇듯이 문제는 북한이다. 사실 북한이 중국이나 국제사회의 우려를 무시한 채 거침없는 행동을 하는 데는 두 가지 결정적 요소가 있다. 하나는 어떠한 경우에도 중국이 자신들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며 다른 하나는 중국이 있는 한 미국이 군사적 공격을 결행할 수 없을 것이라는 믿음이다. 그런데 이 두 가지 신화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북한은 3일 조선중앙통신 논평을 통해 조·중 친선이 소중해도 목숨과도 같은 핵과는 바꾸지 않겠다고 천명했다. 특히 북한이 1950년 이후 미·중 사이에 완충지대가 돼 중국을 지켜줘 왔음에도 중국이 제재에 동조해 북·중 관계의 붉은 선(Red-line)을 넘어선 것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개인논평 형식을 빌렸지만 다분히 원망 섞인 북한의 이 표현들은 중국을 붙잡고 싶은 불안감의 표출이다.
사드 갈등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한·중 관계 역시 북핵 문제 해결의 방향설정에 답이 있다. 중국이 우려하는 동북아의 전략균형 파괴는 사드 배치에 있는 것이 아니라 북한의 핵 보유에 있음은 불문가지다. 새 대통령과 새 정부는 이미 외교안보적으로 무거운 짐을 안고 시작한다. 현실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미래지향적 전략적 사고를 기대한다.
강준영 한국외대 중국정치경제학 교수
[한반도포커스-강준영] 새 정부 전략적 사고가 필요하다
입력 2017-05-07 1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