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계 대세 연출가 2인-김태형] “실험적 공연에 목말라요”

입력 2017-05-08 00:00
공연계 최고의 흥행 연출가로 손꼽히는 김태형. 그는 "연출가는 복잡한 작업 과정에서 올바른 선택을 빠르게 내려야 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작품에 대한 치밀한 분석과 좋은 파트너십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현규 기자

연출가 김태형(40)과 극작가 겸 연출가 오세혁(36). 요즘 한국 공연계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인물들이다. 최근 화제작에는 두 사람의 이름이 빠지지 않는다. 이들 모두 연출 각본 각색 등으로 관여한 작품 수가 연간 10편 이상이다. 김태형이 주로 상업극 위주로 활동하고 있다면, 오세혁은 상업극과 비상업극 두 분야를 병행하고 있다. 두 사람을 지난 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민일보사에서 각각 만났다.

연극 ‘벙커 트릴로지’ ‘베헤모스’, 뮤지컬 ‘오늘 처음 만드는 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올들어 연출가 김태형이 무대에 올린 작품 리스트다. 여기에 6월 개막하는 ‘모범생들’을 비롯한 6편이 연말까지 리스트에 더 추가될 예정이다. 초연에 비해 수월한 재연작 4편이 포함되어 있다곤 해도 10편이라는 숫자는 그가 얼마나 흥행 연출가로 각광받는지 보여준다.

그는 대학로에서 보기 드문 공학도 출신 연출가다. 과학고를 졸업하고 카이스트를 다니다가 자퇴한 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에서 연출을 공부했다. 2007년 연극 ‘오월엔 결혼할거야’로 데뷔한 후 지난 10년간 히트작을 여러 편 쏟아내며 정상을 향해 빠르게 달려왔다. 드라마의 정서와 에너지의 흐름을 매끄럽게 풀어내는 한편 무대 활용에 뛰어나다는 것이 그에 대한 공통적인 평가다.

그는 “연출가에게 중요한 덕목은 문제해결 능력과 설득력이라고 생각한다. 논리적인 사고로 무장하지 않으면 배우와 스태프, 관객을 설득할 수 없다”면서 “과학은 논리적 사고를 토대로 가설을 세우고, 입증하고, 결론내리는 과정이다. 내가 연출가로서 필요한 덕목을 학생 때부터 자연스럽게 훈련받은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어릴 때부터 기계를 좋아해서인지 한예종 시절부터 무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에 관심이 많았다. 아름다운 미장센에 대한 갈망이 있다”고 덧붙였다.

데뷔작인 ‘오월엔 결혼할 거야’부터 그는 상업 프로덕션의 러브콜을 주로 받았다. 연극 ‘모범생들’ ‘히스토리 보이즈’ ‘카포네 트릴로지’, 뮤지컬 ‘아가사’ ‘로기수’ ‘팬레터’ 등 많은 히트작이 그의 손에서 나왔다. 특히 대학로 상업극의 대명사 ‘옥탑방 고양이’의 대성공은 지금의 그를 만들었다. 하지만 그는 새로운 형식의 실험적인 공연에 늘 목말라 있다. 2013년 대학로예술극장 전체를 공연장소로 사용하는 관객참여RPG(롤 플레잉 게임)형 연극 ‘내일 공연인데 어떡하지!’와 최근 국내에서 처음 시도된 즉흥뮤지컬 ‘오늘 처음 만드는 뮤지컬’ 등의 아이디어를 내고 연출했다.

그는 “그동안 의뢰가 들어오는 작품을 중심으로 일해 왔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상업연출로 커리어가 쌓였다. 생활인으로서 수입도 필요하니까. 하지만 이런 작업 외에 자본과 상관없이 내 의지에서 비롯된 작품도 틈틈이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극작가 지이선과 오랫동안 고민하며 만든 ‘내일 공연인데 어떡하지!’는 그가 본격적으로 실험적 작품을 시도하는 출발점이 됐다. 이후 뮤지컬 ‘로기수’부터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 제작사 아이엠컬처의 정인석 대표와 2013년 에딘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 간 것은 큰 영감을 받는 계기가 됐다. 당시 장소 특정형 이동 공연, 즉흥 공연, 캬바레 공연 등 매우 다양한 형태의 공연을 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올해 유명 뮤지컬 배우인 아내 이영미와 함께하는 캬바레 뮤지컬도 선보일 계획이다.

그는 “하고 싶은 것이 많다. 우선 극작에 대한 욕심이 있다. 연출가로서 몇몇 작품의 플롯을 구성하기도 했지만 완결된 희곡을 쓰고 싶다. 또 비디오 키즈였던 만큼 영상을 활용한 작품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가 앞으로 무대에서 새롭게 보여줄 시도들이 궁금하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사진= 최현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