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대 대선 사전투표에서 야권 강세 지역인 호남은 전국 평균을 상회하는 사전투표율을 기록한 반면 보수 지지층이 두터운 영남권은 상대적으로 낮은 ‘서고동저(西高東低)’ 현상이 재연됐다. 이는 지난해 4·13총선 사전투표와 비슷한 양상이다.
5일까지 이틀간 진행된 대선 사전투표에서 호남권(광주·전남·전북) 유권자 426만5365명 가운데 33.08%(141만911명)가 사전투표에 참여했다. 영남권(부산·대구·경남·경북) 유권자(998만8117명)의 사전투표 참여율은 24.92%(248만8862명)로 호남보다 8.16% 포인트 낮았다.
전남의 사전투표율은 34.04%로 세종시(34.48%) 다음으로 가장 높았다. 광주(33.67%)와 전북(31.64%)도 전국 평균(26.06%)보다 높았다. 반면 ‘보수의 심장’인 대구의 사전투표율은 22.28%로 전국에서 가장 낮았다. 부산도 전국 평균보다 낮은 23.19%에 그쳤다.
지난해 20대 총선에서도 지역별 사전투표율 양상은 비슷했다. 전남이 18.85%로 가장 높았고 전북(17.32%)·광주(15.75%) 등 호남 사전투표율이 전국 평균(12.19%)을 크게 웃돌았다. 그러나 부산(9.83%)은 전국에서 가장 낮았고, 대구(10.13%)도 최하위권이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총선과 이번 대선의 지역별 사전투표율 양상이 비슷하지만 영·호남 투표율 차이의 원인은 달라졌다고 분석했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지난해 총선에서 TK 유권자들은 ‘방어자’ 입장이라 급히 표심을 드러낼 필요가 없었다”며 “하지만 이번에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사이에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이번 대선에서 TK 유권자들은 마지막까지 ‘될 사람’을 확인해 투표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호남은 ‘행복한 고민’이 일찍 끝났다는 평가다. 2012년 대선과 달리 일찌감치 ‘야야(野野) 대결’ 구도가 굳어졌다. 호남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안 후보 중 누구를 선택해도 크게 손해나지 않는 상황이다. 게다가 지난해 총선에서 민주당과 국민의당이라는 ‘야권 복수 선택지’를 이미 받아본 경험이 있다. 사전투표율이 높다는 것은 오래 고민하지 않고 일찌감치 표심을 결정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물론 영남권의 사전투표율이 낮다는 이유로 ‘보수 결집’이 무산됐다고 예단하기는 이르다. 지난해 4·13총선 당일 영남권 최종투표율은 부산 55.4%, 대구 54.8%로 전국 평균(58.0%)에 근접했다. 전문가들은 오는 9일 영남권 최종투표율도 전국 평균과 비슷할 것으로 예측했다.
지역별 사전투표율 차이로 후보 간 유불리를 논하기도 어렵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이번 대선은 영남엔 ‘전통 보수 수호’와 ‘대안적 보수 찾기’가, 호남엔 문 후보와 안 후보 지지세가 혼재돼 있어 투표율로 유불리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투표용지 기표란이 좁다는 불만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대선 투표용지 기표란 세로 길이는 1㎝로 18대 대선 투표용지 기표란에 비해 0.3㎝ 줄었다. 기표봉 지름이 0.7㎝인데 기표란 세로 길이가 1㎝에 불과해 기표란을 벗어날 것 같아 불안하다는 유권자의 불평이 SNS를 통해 확산됐다. 선관위 관계자는 “대선 후보가 많아 세로 간격은 줄였지만 18대 대선과 달리 후보 간 0.5㎝ 간격을 줬고, 다른 후보 기표란을 침범하지만 않으면 유효로 처리되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 없다”고 설명했다.
최승욱 허경구 기자 applesu@kmib.co.kr, 사진=윤성호 기자
사전투표율 ‘서고동저’… 영남은 ‘저울질’ 안 끝났다?
입력 2017-05-05 17:47 수정 2017-05-05 20: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