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케어’ 재수 끝에 턱걸이 하원통과

입력 2017-05-05 17:5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미소를 가득 머금은 채 폴 라이언 하원의장을 바라보고 있다. 그는 이날 ‘트럼프케어’ 하원 통과를 축하하기 위해 공화당 하원의원 전원을 백악관으로 초청해 자축 기자회견을 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법안이 상원도 통과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건강보험 관련 법안인 ‘트럼프케어’(미국보건법·AHCA)가 4일(현지시간) ‘재수’ 끝에 하원을 가까스로 통과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맬컴 턴불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 시간까지 늦추면서 기자회견을 열어 통과를 자축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하원이 전임 행정부의 오바마케어(ACA)를 대체하는 법안인 트럼프케어를 찬성 217표, 반대 213표 단 4표차로 통과시켰다고 보도했다. 민주당 의원 193명, 공화당 온건파 의원 20명은 반대표를 던졌지만 공화당 주류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로써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와의 협상력 및 당내 장악력을 의심하는 당 안팎의 눈초리에서 벗어나 국정 운영에 한층 탄력을 받게 됐다. 그는 지난 3월 24일 하원 표결 직전 공화당 의원들의 반발에 부딪히며 과반 확보 실패로 법안을 철회했다.

트럼프케어의 하원 통과 배경에는 ‘우클릭 전략’이 있다. 공화당 지도부는 지난 3월에는 당내 의견 조율에 실패했다. 당시 서로 대척점에 있는 강경파 ‘프리덤 코커스’와 온건파 ‘화요모임’ 모두 트럼프케어를 반대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강경파 손을 들어줬다. 개인과 중소기업에 판매하는 보험에 기초 건강보험 혜택을 포함해야 하는 항목을 삭제했다.

법안이 상원을 통과할지는 불투명하다. 공화당 일부 상원의원은 하원이 상정한 법안을 반대한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로버트 포트먼 의원은 “트럼프케어가 오하이오 주민의 의료 혜택을 충분히 보장하지 않고 있다”며 반대했다. 상원은 공화당 52석, 민주당 48석이라 민주당 의원이 전원 반대하고 공화당 의원이 3명만 반대해도 법안은 부결된다.

오바마케어의 핵심은 전 국민 건강보험 의무 가입이다. 트럼프케어는 건강보험이 필요한 국민만 선택적으로 가입하게 했다. 또 연령에 따른 세액 공제 도입과 저소득층 보조금을 폐지하고 저소득층 의료보험인 ‘메디케이드’를 대폭 줄여 보험료의 대폭적인 절감을 꾀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은 저소득층이 ‘무보험 절벽’으로 내몰리게 된다며 반대하고 있다.

한편 상원은 이날 1조1000억 달러(약 1250조원) 규모의 2017 회계연도 정부 예산안을 의결했다. 마감일을 하루 남긴 상황에서 미 의회가 예산안 승인 절차를 모두 마침에 따라 연방정부는 ‘셧다운’(부문 업무정지) 사태를 피할 수 있게 됐다.

권준협 기자 ga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