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재료 그런 건 없다. 하루에 20% 넘게 오르기도, 떨어지기도 하지만 이유는 없다. 오직 한 사람, 대선 주자의 행보에 따라 출렁인다. 대선테마주 얘기다. 오는 9일 치러지는 19대 대선까지 1거래일이 남았다. ‘폭탄 돌리기’를 해왔던 대선테마주는 어떤 성적을 거뒀을까.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테마주로 알려진 우성사료 주가는 연초(1월 2일·3240원)보다 11.7% 오른 3620원으로 지난 4일 장을 마쳤다. 안철수 테마주 아남전자도 1155원에서 3545원으로 뛰었다.
하지만 롤러코스터를 탔던 대부분 테마주들의 성적은 초라하다. 문재인 테마주 우리들휴브레인은 1월 2일 1만1100원이었으나 4일 4900원으로 반토막났다. 고려산업도 같은 기간 7100원에서 3730원으로 떨어졌다. 써니전자(안철수 테마주), 세우글로벌(홍준표 테마주), 대신정보통신·삼일기업공사(유승민 테마주) 등도 연초보다 하락했다.
최고점과 비교하면 더욱 극적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창업했고 현재 대주주로 있는 안랩이 대표적이다. 연초 5만∼6만원대였던 안랩 주가는 국민의당 대선 후보 경선이 시작된 3월 15일부터 치솟기 시작해 3월 31일 최고점인 14만7300원을 찍었다. 하지만 유치원 공약 발언 등 악재가 발생해 상승세가 꺾이더니 대선 후보 토론을 거쳐 문 후보와 지지율 격차가 벌어지자 안랩도 함께 추락했다.
문재인 테마주도 마찬가지다. 고려산업, 우리들휴브레인은 각각 3월 27일(8050원), 29일(1만2900원) 천장을 찍었다. 하지만 4일 고려산업은 3730원, 우리들휴브레인은 4900원으로 장을 마쳤다. 연초보다도 떨어진 가격이다.
테마주 하락은 예고돼있었다. 대부분의 언론 보도나 ‘카더라’에 기반을 둔 테마인 데다 후보나 공약과 직접 관련이 있다기보다 기대심리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들휴브레인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주치의로 알려진 이상호 우리들병원장의 부인이 대주주라는 이유로 문재인 테마주로 분류됐다. 지난 3월 10일 공시를 통해 문 후보와의 관계가 없다고 밝혔으나 주가는 계속 뛰었다. 써니전자는 안랩 임원 출신이 부회장으로 있어 안철수 테마주로, 대신정보통신과 삼일기업공사는 대표가 위스콘신대 동문이라는 이유로 유승민 테마주로 묶였다. 취업포털 커리어넷의 대주주 에스코넥, 공무원 교육기관 윌비스는 일자리 정책주라는 명목으로 심상정 테마주로 주목받았다.
대선테마주의 급상승은 허상이다. 자본시장연구원 남길남 선임연구위원은 ‘정치테마주의 특징과 투자 위험성’ 보고서를 통해 16∼18대 대선에서 언론에 보도된 테마주를 분석한 결과 대선테마주는 대선이 끝나고 5일이 지나면 승자와 패자에 관계없이 모두 초과상승분이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의 정치테마주도 가격 급락 위험에 크게 노출돼 있음을 인식하고 투자 의사결정에 각별히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홍석호 기자 will@kmib.co.kr
검증 안된 대선 테마주 ‘폭탄 돌리기’ 끝은…
입력 2017-05-06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