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주자들의 에너지 정책 공약에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주요 후보들의 에너지 공약은 원자력발전은 ‘안전’, 석탄화력발전은 ‘미세먼지’를 이유로 신규 발전소 건설을 중단하고 노후 발전 시설을 폐쇄하겠다는 내용이 주류를 이룬다. 정부는 대안 부재를 내세워 발전원별 전력 비중 1, 2위인 석탄화력발전과 원전을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고위 관계자는 5일 “원전과 석탄발전을 줄이면 전력 수급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물론 전기요금도 오를 것”이라며 “현실적으로 실현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실제 2015년 기준 국내 발전원별 전력 비중을 보면 석탄화력발전(39.4%)과 원전(32.3%)이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둘 중 하나만 포기해도 전력대란이 올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환경운동연합이 환경·에너지 분야 28개 항목을 질의해 받은 답변을 보면 주요 후보 5인은 정부의 입장과 다른 길을 걷고 있다. 답변서를 보내지 않은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를 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안철수 국민의당, 심상정 정의당,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탈핵(脫核) 관련 질문에 동일한 답변을 내놨다. 신규 원전 백지화, 원전 수명 연장 금지, 탈핵에너지 전환 로드맵 수립, 원전 안전성 자료 공개 의무화 등에 모두 찬성했다.
미세먼지 대책으로 석탄화력발전소의 신규 9기 건설 계획을 백지화하는 것을 묻는 질문에는 다소 견해차가 있었다. 심 후보는 신규 발전소 9기 건설을 백지화하겠다고 강조했고, 안 후보는 미착공된 4기는 건설을 취소하고 나머지 5기도 재검토하겠다고 했다. 문 후보는 9기 모두 재검토, 유 후보는 ‘다양한 옵션 검토’라는 다소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에 따라 차기 정부의 에너지 정책은 수정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또 당장 대체 수단이 마땅치 않은 원전보다 가스발전이라는 대안이 있는 석탄화력발전이 재검토 타깃이 될 공산이 크다. 하지만 미세먼지 발생 원인 분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과 함께 전기요금 인상 거부감도 만만치 않아 정책 전환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해 기준 전력 생산을 위한 유연탄 구매 단가는 ㎾h당 78.05원으로 100.09원인 액화천연가스(LNG)의 78% 수준에 불과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신규 석탄발전소는 기술 발전으로 미세먼지 배출이 최소화된 상태인 데다 노후 발전소도 미세먼지 배출 저감 시설을 보강 중”이라며 “원전도 안전장치를 철저히 하고 있다는 점을 적극 알릴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
[투데이 포커스] 너도 나도 “脫 원전·화력발전”… 정부는 한숨만
입력 2017-05-06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