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하원이 북한 경제의 숨통을 바싹 조이는 ‘대북 차단 및 제재 현대화법’을 압도적인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시작한 대북 압박을 효과적으로 뒷받침해 차제에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되돌릴 수 없는 수준으로 폐기토록 하기 위해서다. 법에는 북한과 원유를 거래하거나 북한 노동자를 고용할 경우 제재하는 내용이 담겨 기존 어떤 것보다 북한에 위협적이다. 북한의 주요 교역 상대가 중국이라는 점에서 사실상 중국의 더 많은 행동을 촉구하는 법이기도 하다.
특히 대북제재법은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배신을 운운하며 중국을 거칠게 비난하고, 중국 관영 매체 환구시보가 북·중 우호조약 폐기를 시사하는 사설을 게재하는 등 북·중 관계가 심상치 않은 상황에서 나온 것이라 의미가 더욱 크다. 동북아의 안정을 저해하는 핵·미사일 개발에도 불구하고 북한을 감싸기만 했던 중국이 석탄 수입 차단, 수출품 전수검사 등 제재를 강화한 뒤 갈등이 표면화됐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 정부가 오랫동안 추구했던 중국의 대북 압박이 미·중 정상회담 이후 현실화됐다는 뜻이기도 하다. 효과를 본 미국은 한동안 ‘미봉책 대화’를 거부하면서 압박의 강도를 높여 실효성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을 구사할 것이다.
수개월 사이에 한반도 주변정세가 급속히 변하는 상황에서 10일 출범하는 새 정부의 현명한 판단은 더욱 중요해졌다. 미국은 여전히 군사행동을 배제하지 않으며 북한의 결단을 요구하고 있다. 중국은 마지못해 따라가는 시늉을 하면서도 미국을 상대로 실리를 챙기며 동참하고 있다. 우리는 궁지에 몰린 북한의 모험주의를 경계하면서 미국과의 공조를 한층 강화해야 한다. 악화된 관계를 복원하기 위해 중국을 끈질기게 설득해야 한다. 이번 기회를 이용해 20년 넘게 지속된 북핵 리스크를 털어내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 힘이 받쳐주지 않는 섣부른 독자노선은 코리아 패싱을 심화시킬 뿐이다.
[사설] 새 정부, 미·중과의 북핵 공조는 필수다
입력 2017-05-05 17:32 수정 2017-05-05 20: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