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원로목회자재단(이사장 임원순 목사)과 국민일보가 공동 주최한 ‘원로목회자 복지증진을 위한 좌담회’가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목자카페에서 열렸다. 교계에서 원로목회자를 위한 좌담회가 열린 것은 처음으로, 좌담회 주제는 ‘원로목회자의 복음에 대한 현실과 실제적 대안’이었다.
피종진 원로목사(남서울중앙교회)는 ‘원로목회자의 소명과 각오’라는 발표문을 통해 원로는 사명감을 잊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피 목사는 “소명은 하나님의 부르심이다. 우리를 어디로 불렀는가. 바로 목회현장과 삶의 자리라 생각한다”며 “우리는 강단을 떠나서도 안 되고 강단에서의 기억을 잊어서도 안 된다. 100세 시대에 새로운 소명을 다시 찾는 게 원로들이 해야 할 일”이라고 밝혔다.
한국기독교원로목사회 대표회장 문세광 목사는 원로목회자 간 양극화를 우려했다. 문 목사는 “중대형교회와 작은 교회 원로목회자들은 모든 삶의 영역과 사회적 인식에서 커다란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상당수 목회자들이 대안을 갖지 못하고 은퇴를 맞았고 고령화로 긴 세월을 다시 살아가야 한다”며 “최저생계비도 안 되는 금액으로 생활하는 경우가 많다. 폐지를 모아 생활하는 은퇴목회자도 있다. 한국교회는 어떻게 해결책을 세울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은퇴목사와 무임목사들이 예배를 드리는 서울 동작구 CTS목자교회 335명 중 원로 대접을 받는 목사는 7명이 전부다. 교단마다 사정도 다르다. 감리교의 경우 사역지를 옮겨도 연수에 비례해 연금이 나온다. 하지만 장로교는 한 교회에서 20년 이상 사역해야 연금이 보장된다. 목회자 연금제도를 실시하는 일부 교단도 있지만, 다수의 은퇴목사들은 연금을 받지 못하고 월 30만원 이하의 생활비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문 목사는 “은퇴목회자 노후문제는 이제 해당자 본인의 문제를 넘어 한국교회와 한국사회의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고 했다.
한국기독교평신도총연합회 총재 정근모 장로는 “한국교회는 원로목회자들의 땀과 눈물, 희생 속에 성장해 왔다”며 “그런 만큼 한국교회는 이들에게 ‘빚진 자’로서의 마음을 가져야한다”고 했다. 또 “갈 곳이 없어 방황하는 원로목회자의 모습은 바로 교회의 무관심과 책임의식 결여에서 오는 것”이라고 했다.
재단총재 한은수 감독은 한사람이 간신히 누울 수 있는 ‘쪽방’에 은퇴목회자들이 기거하고 있고 노인들이 모이는 시민공원 등에 가면 그곳에서 시간을 보내는 은퇴목회자를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고 했다. 한 감독은 “원로목회자들의 열악한 생활고 문제를 해결하고 최소한의 존엄성을 지켜드려야 할 몫은 분명 한국교회와 성도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기독교원로목회자재단은 매년 ‘원로목회자의 날’을 개최하고 목자카페와 사무실, 예배 공간을 제공하는 등 원로목회자들을 섬겨왔다. 재단은 하반기에 주요 교단 교단장과 임원 등을 초청해 2차 좌담회를 열기로 했다. 오는 7월 체육대회와 특별기도회, 10월 마라톤대회도 연다. 원로목회자 복지 문제에 대한 관심을 더 확산시키기 위함이다. 은퇴 및 원로 목회자를 도우려는 교회와 성도는 재단 전화(02-741-5407)로 연락하면 된다.
글=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 사진=강민석 선임기자
“한국교회, 원로목회자들 땀·희생 속에 성장”
입력 2017-05-08 0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