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소 인근에 여행 숙소 잡았어요”… ‘대세’된 사전투표

입력 2017-05-05 05:02

“올해 대통령 선거는 사전투표가 대세 아닙니까?”

대선 첫 사전투표가 시작된 4일 전국 곳곳 사전투표소에는 한 표를 행사하려는 시민의 발길이 이어졌다. 주민센터는 물론이고 역과 공항 등에 설치된 사전투표소에도 여행객들이 길게 늘어서는 풍경이 연출됐다.

서울역 사전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치고 나온 직장인 최지윤(27·여)씨는 “경남 창원에 사는데 서울에 놀러온 김에 여기서 사전투표를 했다”고 했다.

점심시간에는 빌딩가의 사전투표소가 붐볐다. 종로구청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엔 셔츠 차림에 사원증을 목에 건 직장인들이 몰려들었다. 회사원 김모(34)씨는 “점심시간을 쪼개서 투표하려 왔는데 이렇게 줄이 길 줄은 몰랐다”며 “오늘 투표를 못하면 내일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대선에서 처음으로 시행된 사전투표를 반겼다. 종로구 효자동 사전투표소를 찾은 회사원 최용혁(31)씨는 “예전에 부재자투표를 할 때는 미리 신청을 했어야 했는데 그런 절차 없이 할 수 있어 편리하다”고 했다. 서울역 사전투표소에서 생전 처음으로 대선 투표를 했다는 백상진(21·여)씨는 사전투표가 아니었으면 투표를 못했을 거라고 했다.

여행지에서 사전투표 행렬이 이어졌다. 제주시청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는 선글라스와 간편복 차림에 캐리어를 끌고 온 관광객들이 수십명씩 줄을 섰다. 곽민현(30·서울)씨는 “동호회 회원들과 어제 제주에 왔는데 시내 관광에 나서기 전 투표를 하려고 왔다”고 말했다. 부산 초량2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투표소를 찾은 조인철(25)씨는 대구에서 온 여행객이었다. 조씨는 “일부러 사전투표소와 가까운 곳에 숙소를 잡았다”며 “부산에서 뜻 깊은 추억을 남길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일행과 부산 관광지도를 손에 들고 투표 인증샷을 남겼다.

인천국제공항 3층에 마련된 사전투표소는 북새통을 이뤘다. 미국 시애틀로 여행을 가기 전에 사전투표를 하러 왔다는 정해영(40)씨와 조선영(40·여)씨 부부는 “국민과 소통을 할 것 같은 후보에게 투표했다”고 말했다. 공항공사 안내 직원은 “지난해 총선 땐 줄이 20m쯤 됐는데 이번에는 200m가 넘어 열기가 더 뜨겁다”고 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투표 시민이 늘어나자 투표용지 발급기 4기를 추가로 설치하고 인력도 늘렸다.

사전투표소 곳곳에서는 투표 인증샷을 찍는 시민들도 눈에 띄었다. 투표 인증샷을 올리면 추첨을 통해 최고 500만원의 당첨금을 주는 투표 독려 이벤트도 열렸다. 시민들은 인증샷을 찍을 때 특정후보의 기호를 나타내는 엄지손가락을 들거나 브이(V)를 그리는 포즈가 되지 않도록 조심하기도 했다. 이번 대선부터는 지지하는 후보의 기호를 나타내거나 포스터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는 건 물론 반대 표시도 가능하다. 기표소 안에서 촬영하거나 기표된 투표지를 촬영하는 것은 여전히 금지다.

투표용지가 두 가지라는 얘기가 온라인에서 퍼지며 논란이 되기도 했다. 후보자 간 여백이 있는 공식 투표지와 다르게 여백 없는 투표지를 받았다는 증언이 곳곳에서 나와 “무효가 되는 게 아닌지 걱정”이라는 얘기였다. 한 네티즌은 “경기도 성남 수정구에서 사전투표했는데 아주아주 정확히 기억한다”며 “여백이 전혀 없었다. 내가 아주 꼼꼼한데 투표용지는 두 가지가 맞다”고 주장했다. 기억에 의존한 증언만 있을 뿐 사진이나 참관인 고발 같은 확실한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

선관위는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선관위는 “사전투표용지는 후보자 간 여백이 0.5㎝인 전국 동일 투표용지만 출력된다”며 “허위 사실을 유포하는 행위에 대해 엄중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성민 최승욱 기자·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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