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는 고공 행진인데… 실물 경제도 살아날까

입력 2017-05-05 05:00
코스피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돌파한 4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직원들이 색종이를 뿌리며 축하하고 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1.57포인트 오른 2241.24로 마감했다.곽경근 선임기자
실물 경제가 떠받치지 않는 증시 호황은 그 자체로 ‘거품’일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 증시는 얼마나 실제 경제 상황을 반영하고 있는 걸까. 경제부처 관료들과 전문가들은 현장 곳곳에 나타나고 있는 회복신호가 증시에 반영되고 있다고 본다. 하지만 불확실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관건은 내수라는 결론이다. 즉 수출 증가, 생산 확대, 증시 활황이 소비까지 이어질 때야 비로소 실물 경기가 본격적인 회복세에 들어선 것으로 볼 수 있다는 말이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3월 산업활동 동향’을 보면 올해 1분기 전산업생산은 지난해 4분기보다 1.3% 증가했다. 3월 기준으로 보면 2월보다 1.2% 증가하면서 지난해 11월(1.4%) 이후 가장 큰 증가폭을 보였다. 생산 증가는 광공업, 건설업 등 위주로 이뤄졌다. 실물 경기 활황 여부를 보여주는 제조업 평균가동률도 1.6% 늘었고, 설비투자는 반도체 설비 증설 등으로 12.9%나 급증했다.

경제 심리도 나쁘지 않다. 한국은행이 내놓은 ‘4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보면 제조업 업황 BSI는 83으로 4년1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기업들이 느끼는 체감 경기가 좋다는 얘기다. 모두 수출 호조에 따른 결과다.

향후 전망에 대해서도 정부는 기대감을 감추지 않는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정부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2.6%) 상향 조정 가능성을 언급했다. 국제통화기금(IMF)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미 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0.1% 포인트, 0.2% 포인트씩 끌어올렸다.

수치로만 보면 현재 국내 증시 호황은 실물 경제 회복 흐름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셈이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4일 “실물 경제가 안 좋은데 주가가 올라가긴 상식적으로 힘들지 않겠느냐”면서 “주가가 자산을 대표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올라갔다는 것 자체가 자산이 늘었고, 심리도 회복된 부분이 있을 것으로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추이가 지속될지는 확신하기 이르다는 목소리도 많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내 실물 경제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높다”면서 “다만 코스피가 그동안 너무 안 오른 측면이 있다. 경제성장률과 같이 가는 게 정상이라고 보면 그동안 안 오른 것이 반영되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기재부도 ‘3월 산업활동 동향’ 분석에서 “수출 증가세, 경제심리 개선 등 긍정적 회복신호가 있으나 미국과 중국 등 통상 현안과 북한 리스크 등 위험요인은 상존하고 있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소비 회복이 따라와야 한다는 지적이다. 기재부 윤인대 종합정책과장은 “지금 국내 경제는 글로벌 요인에 의해 수출이 좋아진 건데, 경제 전반에 확산될지는 소비 등을 좀 더 지켜봐야 하다”면서 “기업 실적이 회복돼서 고용에 확산되고 그래서 소비가 살아나야 실물 경기가 살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 사진=곽경근 선임기자, 그래픽=공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