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미끼로 20대 합숙시켜 14억어치 강매 ‘다단계’ 적발

입력 2017-05-04 17:37
취업을 미끼로 20대 청년들에게 접근해 합숙을 강요한 이른바 ‘거마대학생’ 불법다단계 조직이 다시 등장해 14억원을 뜯어내다 경찰에 적발됐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범죄단체조직 및 사기 혐의로 해당 조직의 고문 정모(30)씨와 이사 김모(30·여)씨를 구속하고 관계자 3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4일 밝혔다.

정씨 등은 지난해 6월부터 올 2월까지 불법 다단계 업체를 설립해 209명에게서 14억원을 뜯어낸 혐의를 받고 있다. 정씨와 김씨는 2011년 송파구 일대에서 취업준비생 등을 상대로 했던 거마(거여·마천동) 대학생 불법 다단계 조직의 관리자로, 당시 수법을 고스란히 되풀이해 다단계조직을 꾸린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3인 1조로 활동하며 피해자들을 현혹시켰다. 일단 SNS를 통해 대학생이나 취업준비생에게 일자리를 소개해주겠다고 접근한 뒤 자신들과 함께 일하자고 했다. 꼬드김에 넘어간 수백명을 합숙소 19곳에 나눠 합숙시키며 저축은행 등으로부터 대출을 받게 만들었다. 이들이 물품구입비와 합숙비를 핑계로 받아낸 돈은 14억원에 달한다.

피해자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 실시간 보고 체계도 이용했다. 합숙소에서는 서로를 감시하도록 하고 외출할 때는 1명 이상의 매니저가 따라붙었다. 부모나 가족과 통화할 때도 ‘잘 지낸다’는 지정된 대답만을 하도록 강요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