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선물돌리기 유행’ 하자니 ‘부담’ 안하자니 ‘씁쓸’

입력 2017-05-05 05:02 수정 2017-05-05 11:06

네 살짜리 딸아이를 키우고 있는 안모(33·여)씨는 어린이날을 앞두고 마음이 편치 않다. 매번 어린이날마다 아이 반 엄마들이 선물을 돌리기 때문이다. 직장에 다니는 안씨는 선물을 정성껏 준비해 예쁘게 포장할 시간이 없다. 안씨는 4일 “지난해 딸이 어린이날에 다른 친구 이름이 적힌 사탕꾸러미를 들고 왔을 때에도 고마움에 앞서 죄책감부터 들었다”며 어버이날과 스승의날 등이 줄줄이 있는 5월이 부담스럽다고 했다.

최근 어린이날 등 각종 기념일에 어린이집, 유치원에서 ‘선물 턱’을 준비하는 엄마들이 늘면서 부담을 갖는 학부모가 늘고 있다. 대개는 사탕이나 수제쿠키, 장난감 등이지만 어린이용 스카프, 입욕제, 물병 세트 등 다양한 묶음 상품도 나오고 있다. 한 과자세트 맞춤제작 판매자는 “어린이집 같은 반 친구들의 얼굴이 새겨진 과자 상품이 가장 잘 팔린다”며 “요즘 주문 물량이 폭주할 만큼 인기”라고 전했다.

선물을 준비하는 부모의 마음은 즐겁지만은 않다. 부산에 살고 있는 오모(30·여)씨는 “어린이집에서는 1명당 2000∼3000원의 작은 선물을 주면 된다고 말을 하는데 사실 준비과정부터 비용까지 부담되지만 다들 하는 분위기라 어쩔 수 없다”며 “어린이날뿐만 아니라 아이 생일, 화이트데이 등 각종 기념일을 챙기다보면 어떤 선물을 해야 할지 매번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말했다.

일부는 고가의 선물로 위화감을 일으키기도 한다. 5년째 어린이집 교사로 일하고 있는 권모(25·여)씨는 “각종 기념일에 선물을 돌리다보면 부모의 정성이나 살림 규모가 드러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실제 권씨가 있던 어린이집에서는 한 부모가 아이 반에 1장에 1만 원짜리 유아용 손수건을 돌려 다른 학부모들이 “부담스럽다”고 항의하는 일도 있었다. 어린이집은 다음 해부터 선물을 금지했다.

박정현 인간교육실현 학부모연대 회장은 “아이가 친구들과 잘 어울리길 바라는 마음에 선물을 준비하지만 맞벌이 부부나 가정형편이 어려운 부모는 위화감을 느낄 수 있다”며 “자칫 아이들에게도 의도치 않게 반교육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예슬 안규영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