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 공약 文 “끝까지 정책선거” vs 확 달라진 安 “걸어서 국민 속으로”

입력 2017-05-04 18:14 수정 2017-05-05 00:38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4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문화광장에서 열린 집중유세에서 두 팔을 뻗어 지지자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고양=최종학 선임 기자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지 아시아판 표지 모델로 등장한 문 후보. 표지에는 '협상가(the negotiator)'라는 제목과 함께 "김정은을 다룰 한국의 지도자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소개가 달렸다. 민주당 제공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4일 대구시 동구 동대구역에서 신발끈을 고쳐 매고 있다. 안 후보는 이날부터 대중교통과 도보를 이용하며 유권자들을 만나는 '걸어서 국민속으로 120시간 유세'를 시작했다. 뉴시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4일 형편이 어려운 이들의 벌금 분납·납부연기 등을 허용하는 일명 ‘장발장법’ 등 민생사법 공약을 제시했다. 한류 열풍의 산실인 유명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찾아 문화콘텐츠 활성화를 논의하고, 정책 소개 방송연설 녹화를 진행하는 등 ‘콘텐츠 우위’를 바탕으로 한 정책선거 기조를 이어갔다.

문 후보 측 윤호중 정책본부장은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서민을 위한 공정사법 구현’ 정책을 발표했다. 윤 본부장은 브리핑에서 “서민들에게 온정이 흐르는 민생사법 정책으로 민생고를 덜어드리겠다는 철학을 담았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장발장법’은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에 이르는 벌금을 낼 돈이 없어 노역을 해야 하는 서민들을 대상으로 한다. 벌금과 과태료 등의 분납과 납부연기 대상자를 확대하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신청을 허용한다는 내용이다. 저소득층에게 벌금 낼 돈을 최대 300만원까지 무이자로 빌려주고 나중에 갚도록 하는 ‘장발장 은행’과 소득의 많고 적음에 따라 벌금 부과액을 차별화하는 ‘소득비례에 따른 차등벌금제’ 등의 도입도 약속했다.

문 후보는 오전에는 공식일정을 비우고 방송연설 녹화를 소화했다. 연설에는 일자리 100일 플랜, 공공일자리 81만개, 칼퇴근법 등 ‘좋은 일자리 만들기 무한도전’ 일자리 정책과 50·60세대의 인생 2막을 책임지겠다는 ‘신중년 정책’ 등을 후보가 직접 소개하는 내용이 담겼다.

문 후보는 오후엔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SM타운 코엑스 아티움’을 방문해 SM엔터테인먼트그룹 소속 아티스트들과 ‘비상하라! 한류문화 콘텐츠 현장의 목소리를 듣다’를 주제로 간담회를 가졌다. 그는 이 자리에서 중국의 사드(THAAD) 보복 문제로 위축된 한류스타들을 응원하며 “대중문화를 사랑하고 정책적으로도 뒷받침하면서 대중예술 공연도 보러 다니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경기도 고양으로 이동해 일산문화광장에서 퇴근길 집중 유세를 벌였다.

앞서 문 후보는 홍의락 무소속 의원의 민주당 복당 행사에 깜짝 등장했다. 홍 의원은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공천에서 탈락하자 탈당 후 무소속으로 대구 북구을에 출마해 당선됐다. 문 후보는 환영식에서 “대구·경북에서 지지를 넓혀주는 결정적인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 천군만마를 얻은 심정”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이어 “여러모로 판단 잘못 때문에 홍 의원에게 상처를 주고 당을 떠나가게 만든 건 아주 잘못된 일이었다고 생각한다”며 당시 홍 의원을 컷오프시킨 김종인 전 민주당 비대위 대표의 결정을 비판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선거 운동이 확 달라졌다. '걸어서 국민 속으로 120시간' 유세가 시작됐다. 안 후보는 4일 6시간 동안 대구 전역을 대중교통과 도보로 이동하며 직접 국민들을 만났다. 유세의 전 과정은 '페이스북'으로 생중계됐다. 대구 시민들은 안 후보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놀라면서도 새로운 유세 방식에서 '신선함'과 '친근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이날 오후 동대구역에서 운동화의 끈을 고쳐 맸다. 도보 유세를 위해 새로 마련한 신발이다. 그는 양복을 벗고 국민의당을 상징하는 녹색 셔츠를 입었다. 등에 멘 검은색 배낭에는 간식과 생수 등이 담겼다. 안 후보는 "신발끈 동여매고 이제 출발한다"며 역사 내의 시민들을 찾아가 대화하고 손을 잡았다. 사진 촬영을 요청하는 이들과는 사진을 찍고 역사 내 편의점에서 아몬드 초콜릿도 구매했다. 안 후보는 역사를 빠져나오는 데 15분이 걸렸다.

안 후보는 이후 백화점, 소방서, 지구대, 세탁소, 대학교, 시장 등 대구를 순회했다. 수천명의 시민이 안 후보를 목격했다. 그는 경북대로 향하는 버스에서 40대 여성 승객의 옆자리에 앉아 15분간 대화했다. 승객이 내리기 직전 안 후보는 "절대 실망시키지 않는 정치인이 되겠다"고 말했다. 아들이 둘이라는 이 승객은 "정부가 청년들에게 힘이 돼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안 후보는 서문시장에서 수제비로 저녁을 때우며 "짧은 시간 이렇게 많은 분을 만난 적이 없다"고 고백했다. 안 후보와 직접 대화를 나눈 김지수(32·여)씨는 "대통령 후보라 다가가기 힘든 느낌이 컸는데 친근함을 느꼈다"면서도 "아직 지지 후보는 없다. 더 고민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당은 안 후보의 유세 현장을 생중계한 '페이스북 라이브' 누적 조회수가 66만7905회라고 밝혔다.

안 후보는 도보 유세에 앞서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제가 당선되면 훌륭한 보수 후보인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와 꼭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집권 후 유 후보와 함께 '개혁공동정부'를 구성하겠다는 것이다. 경제 분야의 전권을 맡기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안 후보 측 관계자는 "유 후보에게 함께하자고 손을 내민 것"이라고 했다.

안 후보는 심상정 정의당 후보와 남경필 경기지사, 안희정 충남지사, 박원순 서울시장 등을 언급하며 공동정부를 꾸려갈 인사들의 구체적인 면면도 제시했다. 그는 "50대 젊은 정치인들과 함께하겠다"고 강조했다.

정건희 김판 기자 moderato@kmib.co.kr



문동성 기자, 대구=조효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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