틸러슨 美 국무 “대북 비핵화 압박 20∼25% 수준”

입력 2017-05-04 17:59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3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무부에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연설하고 있다. 신화뉴시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대북 억제 전략을 천명했다. 현재 미국의 대북 압박은 북한의 비핵화 전략을 달성하기 위한 20∼25%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압박 강도는 50∼60%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북한에 대한 압박을 한층 강화할 것이라는 의지를 분명히 밝힌 것이다.

또 중국이 북한 제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기업을 직접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 이행 의지도 시사했다. 북한에 대해서는 정권 교체나 붕괴, 한반도 통일 가속화, 38선 이북 침공이 트럼프 행정부의 목표가 아니라는 것도 강조했다.

틸러슨 장관은 3일(현지시간) 국무부 직원들을 상대로 한 연설에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이 가장 심각하게 다뤄야 할 위협이라고 말했는데 그 말이 옳았다”며 “현 정부 출범 이후 전략적 관점에서 가장 심도 있게 다룬 정책이 북한 문제였다”고 말했다.

그는 먼저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들과 함께 상황 인식을 공유한 뒤 중국과 러시아의 한반도 정책이 비핵화라는 걸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그런 다음 중국이 북한에 대해 얼마나 영향력을 발휘하는지 테스트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틸러슨 장관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결의한 대북 제재를 충실히 이행하는 나라가 하나도 없다”며 “제재를 이행하지 않는 나라에 대해서는 제재를 위반하는 기업과 개인을 미국이 직접 제재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중국에 대한 압박을 경고한 것이다. 중국이 대북 제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기업을 제재하겠다는 뜻이다.

틸러슨 장관은 “추가 대북 제재를 준비하고 있다”며 “북한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은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 정권이 핵무기를 갖는 게 자신들의 미래를 보장받는 유일한 길이라고 믿고 있지만, 생각을 바꿔 자신들의 미래를 위한 또 다른 길이 있다는 결론을 내리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북한이 안보와 경제적 번영을 확보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비핵화 약속을 지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틸러슨 장관은 미국이 북한과 대화할 의지가 있지만, 협상을 위한 협상은 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그는 “조건이 제대로 갖춰지면 대화할 자세가 돼 있다”면서도 “그러나 북한은 과거 20년 동안 협상을 위한 협상만 하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틸러슨 장관은 북한을 압박하기 위한 후속 조치 등을 논의하기 위해 미국과 중국의 외교·국방 장관이 참여하는 ‘외교·안보 대화’가 다음 달 워싱턴DC에서 열린다고 밝혔다.

한편 코리 가드너 미 상원의원은 이날 MS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미치광이’라고 비판하면서 “비핵화 없는 북·미 대화는 절대 안 된다”고 주장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