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하고 싶은데 못하는 아이들, 아픈데 돈이 없어 병원에도 못 가는 아이들을 돕는 게 내 평생 소원이었어요.”
정정자(79) 할머니는 지난달 28일 서울 중구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을 찾아 어려운 아이들에게 써달라며 1억원을 기부했다. 정 할머니는 “최근 당뇨 등으로 건강이 부쩍 나빠졌는데, 죽기 전에 좋은 일 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며 미소 지었다.
정 할머니는 병원과 복지시설을 찾아다니며 아코디언을 연주하는 멋쟁이다. 젊은 시절 미용학교 교사로 일하다 주택 건축·매매 사업에 뛰어들었다. 돈을 벌 때마다 틈틈이 어려운 이웃을 도왔다. 남편을 췌장암으로 먼저 떠나보낸 후인 60대 중반이 될 무렵부터는 본격적으로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복지관에서 아코디언 배운 것을 계기로 동호회원들과 양로원 고아원 병원 등을 다니며 연주회를 열었다. 시설을 방문할 때는 양손 가득 쌀 5포대씩을 들고 가거나 30만원을 따로 후원하기도 했다.
정 할머니는 5년 전 무릎 수술을 받은 뒤 몸이 불편해 봉사활동을 할 수 없게 됐다. 어려운 아이를 돕고 싶다는 평생의 바람을 포기할 수 없어 어린이재단을 찾았다. 정 할머니의 후원금은 저소득 가정 아동 장학금과 환아 의료비 지원에 쓰일 계획이다.
윤성민 기자 woody@kmib.co.kr
팔순 앞둔 할머니,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 1억 기부
입력 2017-05-05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