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2월의 어느 오후. 워싱턴 내셔널스의 라이언 짐머맨(33·사진)이 워싱턴 D.C 인근 버지니아 알링턴의 한 레스토랑에 들어갔다. 종업원은 그에게 메뉴판을 주며 “어디서 뵌 분 같다. 대학 동창인가”리고 했다. 이에 짐머맨은 “한 번 생각해봐라”고 말했다. 짐머맨은 그 해 메이저리그 3루수 골드글러브와 포지션에서 최고의 공격력을 보여준 선수에게 주는 실버슬러거상을 받았다. 곧 ‘최고의 야구 선수 짐머맨’이라는 말이 나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런데 그 종업원은 다시 오더니 “내가 전에 일하던 인근 레스토랑에 자주 오셨던 분 아니냐”고 했다. 초라한 팀 성적으로 워싱턴이 지역 주민들에게 얼마나 인기가 없는지를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워싱턴은 2005년 창단 이후 그 해까지 단 한 번도 5할 승률을 넘어서지 못한 약팀의 대명사였다. 이 해프닝을 통해 짐머맨은 팀 원년 멤버로서 팬을 위한 책임감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후 그는 꾸준히 실력을 갈고 닦았고 8년 후 드디어 지역주민 모두가 자랑스러워하는 스타 반열에 오른다.
짐머맨은 몬트리올 엑스포스가 워싱턴으로 연고지를 옮긴 2005년 드래프트 1순위로 뽑혔다. 사실상 창단 프랜차이즈인 셈이다. 빅리그에 데뷔한 2006년부터 매해 20홈런 이상을 때려내며 팀의 4번 타자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임팩트 있는 활약은 많이 하지 못했다. 홈런은 2009년 33개가 가장 많이 때린 것이고, 3할 타율은 2010년(0.307) 한 차례뿐이었다. 야구팬들은 짐머맨 하면 디트로이트 타이거즈 투수 조던 짐머맨을 먼저 떠올리곤 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 짐머맨은 ‘무명의 프랜차이즈’라는 오명을 떨쳐내고 있다. 짐머맨은 리그 개막 후 4월 한 달 동안 타율 0.420 11홈런 29타점의 불방망이를 뽐냈다. 그는 “올 시즌을 앞두고 장타를 위한 타구 각도를 높이기 위해 스윙 궤적을 바꾸는데 전력을 다한 것이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메이저리그 홈페이지 MLB닷컴은 3일(현지시간) 짐머맨을 내셔널리그 4월의 선수로 선정했다. 빅리그에서 13시즌째를 맞는 짐머맨이 ‘이달의 선수’로 선정된 것은 처음이다. 짐머맨은 이달 들어서도 화력을 멈추지 않고 있다. 3일 현재 2경기 동안 8타수 4안타를 기록하며, 메이저리그 타격 전체 1위(0.427)에 올라있다.
커리어하이 성적보다 그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것은 바로 인성이다.
짐머맨의 어머니는 그가 고교시절 때 신경계 질환인 다발성 경화증을 앓았다. 짐머맨은 어릴 때부터 어머니를 간호하며 혼자 빨래하고 음식을 하는 등 효심 가득한 아들이었다. 그는 1군무대에 데뷔하자마자 다발성 경화증 환자들을 위해 ‘짐스 파운데이션’이라는 재단을 만들며 지금까지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팀 내에서도 감정 표현 없이 다른 선수들을 다독이곤 해 신망이 높다.
구단이 짐머맨의 기량이 만개하지 못한 2012년에 6년간 1억 달러(1128억원)라는 장기 계약을 체결한 것은 그의 잠재력뿐 아니라 구단 이미지에 도움이 되는 훌륭한 성품도 한몫 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성실함과 인성을 갖춘 짐머맨은 올해 자신의 전성기를 활짝 열었고 더 이상 무명이 아닌 ‘최고의 프랜차이즈 스타’라는 닉네임을 갖게 됐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무명의 짐 벗은 ‘효자’ 짐머맨… 메이저리그 NL 4월의 선수 선정
입력 2017-05-04 18: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