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인양 시점에 정치적 거래가 있었다는 SBS 보도와 관련해 정부, 정치권, SBS 측이 보인 행태는 사실 여부를 떠나 대한민국의 앞날을 암담하게 한다. 과연 국민통합은 가능한 것인지, 정권만 획득하면 나라는 망조가 들어도 괜찮은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부와 정치권은 물론 언론도 국론을 하나로 묶어낼 책무가 있는데 모두 거꾸로 처신했고, 오히려 국가를 혼란에 빠뜨렸다. 가뜩이나 세월호 문제로 수년간 소모적 논란이 지속됐고 이로 인한 국민들 가슴에 상처가 여전한 상황에서 이들의 이런 퇴행적 행태는 극심한 이기주의에 물든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여줬다. 국민도 국가도 이들에겐 그저 하찮은 존재일 뿐인가.
우선 SBS 측의 잘못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SBS 8시 뉴스는 지난 2일 ‘이것(세월호 인양)은 문 후보에게 갖다 바치고, 문 후보가 약속한 제2차관을 만들고, 해양경찰을 해수부에 집어넣고’라는 내용의 리포트를 했다. 예민하기 짝이 없는 내용인데다 대선을 불과 1주일 앞둔 시점이라면 당연히 사실 확인을 거쳤어야 했다. 언론은 이용당할 수 있는 위험에 항상 노출돼 있기 때문이다. SBS 측이 오보라며 사과방송과 함께 기사를 삭제했으나 해수부 공무원이 그런 발언을 한 사실은 확인된 만큼 100% 가짜 뉴스라고 단정하기 힘들다. 만에 하나라도 의도된 보도였다면 국기문란 행위에 속한다.
정부의 해명도 권력 눈치보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김영석 해수부 장관은 4일 기자회견을 자청, 해명을 했지만 골자는 7급 공무원이 인터넷에 나도는 이야기를 기자에게 전했다는 것이다. 또 제2차관 신설 등 조직 개편과 관련해선 많은 이야기가 있었으나 캠프 측과 공식적으로 조율한 바 없다고 해명했다. 한마디로 순진한 7급 공무원의 언행이 원인이었다는 것인데 이런 설명으로 납득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특히 이번 보도와 관련한 민주당 문재인, 한국당 홍준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측의 반응은 집권욕에 물든 정치권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문 후보 측이 즉각 ‘가짜 뉴스’로 규정하고 법적 대응에 나선 것은 이해한다. 하지만 SBS 보도를 인용 보도하거나 SNS를 이용해 댓글을 다는 행위까지 고발하겠다는 것은 언론통제로 비판받을 소지가 다분하다. 또 “SBS 8시 뉴스를 싹 없애겠다”는 홍 후보 측 발언과 “문 후보 측이 세월호 인양 시기를 놓고 거래를 시도한 증거가 있다”며 의혹 부풀리기에 나선 안 후보 측의 행태도 옳지 않다. 3당 모두 말로만 국민통합이니 소통이니 외칠 뿐 마음속엔 정권만 잡으면 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는 비난을 들어도 싸다. 정치권은 세월호 유가족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있다면, 국민통합에 눈곱만큼이라도 의지가 있다면 이 문제를 정치적으로 악용하지 말아야 한다.
[사설] 대선 후보들은 ‘세월호 보도’ 악용 말라
입력 2017-05-04 17:28 수정 2017-05-04 2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