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의류 브랜드 이름처럼 들리는 ‘지하트(G-heart)’, 개그맨 표인봉(52) 경기도 고양 일산교회 집사가 요즘 열정을 쏟는 곳이다. 돈 많이 벌겠다고 시작한 일이 아니라, 되레 돈 많이 바치겠다고 작심한 일이다.
지하트란 단어를 잘 들여다보면 표 집사가 하는 일이 대충 그려진다. G-heart는 영어로 ‘God’s Heart’의 줄임말. 즉 하나님의 심장이란 뜻이다. 우즈베키스탄어로 관심이란 뜻을 지닌 ‘지하트(jihat)’에서도 따왔다.
지하트는 리더인 표 집사와 2014 소치 동계올림픽 공식가수 공휘(30), 밴드 ‘세븐블루스’의 보컬 조아영(29), 가수 이민용(27) 등이 결성한 4인조 기독연예인 봉사단이다. 심장병을 앓는 어린이들에게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겠다는 뜻이다.
“서울 용산구 온누리교회 연예인예배 참석자들 중에 몇몇에게 ‘어려운 이웃에게 예수사랑을 전하자’고 의기투합한 거죠. 벌써 2년이 넘었네요.”
4일 서울 강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표 집사는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마침 그 자리에 함께 했던 가수 이민용의 조카가 선천성 심장질환을 앓고 있었고, 의외로 이 질환으로 고통을 겪는 어린이들이 많다는 사실을 확인하면서 활동방향을 정하게 됐다는 것이다.
“심장병은 수술비가 비싼 탓에 웬만한 가정에선 쉽게 수술을 결정하기 힘들어 합니다. 아이는 극심한 신체적 고통을 겪고 부모는 경제적 어려움에 허덕이는 가정이 많아요.”
지하트는 지금까지 30여 차례 길거리 공연을 펼쳤고, 심장병 어린이 돕기 티셔츠도 만들어 판매했다. 이렇게 활동하며 모은 돈을 심장재단과 병원 등에 기부했다. 이 돈은 심장이식을 받은 뒤 면역 후유증을 겪는 권모군, 심장결손 수술을 기다리던 연모군 등 10여명의 가족에게 전달됐다.
지하트의 모토는 ‘우리 손에 100만원이 생기면 무조건 기부한다’는 것. 공연 등 수익 100만원이 모이면 바로 심장재단 등에 전달하고, 또 100만원을 벌 때까지 공연하자는 취지다.
길거리 공연이 쉽지만은 않다. 한번에 노래 15∼20곡씩을 부르고 연주해야 하는데 음향장비를 멤버들 자비로 구입해야 했다. “시끄럽다”고 민원을 제기하는 사람, “자릿세 내라”고 협박하는 이도 있었다. 그래도 공연을 보고 1000원, 2000원을 내는 관객들의 정성에 더 감동한다고 한다.
처음 공연을 시작할 땐 그야말로 ‘작은 공연’이었지만, 요즘 점점 무대가 커지고 있다. 아이돌그룹 에이션과 에이지아, 배우 김원희 김선경 정태우 박신아 원현지 한재석, 개그맨 김수용 윤형빈, 개그우먼 송은이 정지민 정경미 전영미 이선미 등이 수시로 공연에 참여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4월 공휘와 결혼한 새댁인 개그우먼 정지민은 평생동안 수익금 전부를 기부하는 일에 동참하겠다고 했다고 한다.
지하트는 지난해 4월 ‘원싱(One Thing)’곡도 발표했다. 심장병을 앓는 어린이와 그의 가족을 위해 만든 팝발라드 곡으로, 조아영이 직접 작사했다. 이어 ‘쿵쾅쿵쾅’ ‘내게 부족함 없네’ ‘날개’ ‘괜찮은 날이야’ ‘용기’ ‘그 사랑’ 등을 잇달아 내놨다. 음반 수익금 역시 전액 심장병 어린이 돕기에 보탠다. 개그맨 김용만은 지하트 여섯 번째 싱글 ‘용기’에 참여했다.
지하트는 밀알심장재단 홍보대사로 활동하며 매년 심장병에 걸린 아이티 어린이 10∼20명을 데려와 수술받게 해줬다. 이런 공로로 지난해 4월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구장에서 열린 ‘웃음 대한민국 시상식’에서 수상했다.
“보이든 보이지 않든 우린 꾸준하게 심장병 어린이 돕기에 힘을 다할 겁니다. 자선을 베푸는 게 아니라 기쁨으로 내게 돌아오는 일이거든요. 아픈 아이들을 위해 함께 기도해주십시오.” 표 집사의 목소리에서 진솔한 크리스천의 향기가 느껴졌다.
글=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 사진=강민석 선임기자
“베풀면 기쁨으로 돌아와… 많이 바치겠다 작심했죠”
입력 2017-05-05 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