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도쿄올림픽이 열리는 2020년까지 개헌을 마무리하겠다고 선언했다. 헌법에 자위대를 군대로 명시하겠다는 것이다. 일본 헌법 9조는 군사력 보유를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1954년 자위대가 창설되면서 헌법이 금지한 군대를 사실상 보유한 위헌적 상황이 발생했다. 끊임없이 개헌론을 주창했던 아베 총리가 마침내 “자위대 합헌화는 시대의 사명”이라며 구체적인 일정까지 밝힌 것이다.
군대 보유는 국민의 생명을 보호해야 하는 국가가 갖는 의무이자 권리다. 일본이 자위대의 위헌적 지위를 해결하기 위해 고민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2차 세계대전 직후 제정된 일본 평화헌법은 대량학살, 성노예범죄, 생체실험, 강제노역 등 인류 보편의 가치를 부정한 범죄에 책임을 물은 결과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쟁 피해국들이 일본에게 개헌에 앞서 과거의 잘못을 진지하게 반성하라는 질책을 쏟아내는 것은 이 때문이다.
더욱이 아베 총리의 개헌 발언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로 불안해진 한반도 상황에 편승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예측하기 어려운 김정은 정권, 완충지대로서 북한을 포기하지 못하는 중국의 모호한 태도에 맞서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에 기초한 한·미·일의 긴밀한 공조는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그런데도 아베 총리는 한반도 난민 발언, 북한 사린가스 미사일 발언 등으로 위기를 부풀리며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동북아 평화정착, 주변국과의 공조를 생각하는 게 아니라 ‘전쟁이 가능한 국가’라는 숙원을 풀기 위한 행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일본은 군국주의 부활이라는 주변국의 우려를 다시 생각해야 한다. 지금 한·일 관계는 국교 정상화 이후 최악이다. 하지만 한국과 일본은 어쩔 수 없이 부대끼며 함께 살아야 하는 이웃이다. 이용하고 무시하는 태도로는 마음을 나누는 이웃이 될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사설] 한반도 위기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아베
입력 2017-05-04 1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