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뿐인데 과분한 관심에 쑥스럽습니다.”
한국마사회 부산경남 렛츠런파크에 근무하는 정연욱(48)씨는 4일 부산 남부경찰서로부터 감사패를 받은 뒤 이 같은 소감을 밝혔다. 그가 감사패를 받게 된 이유는 바다에 빠진 여성을 구한 뒤 홀연히 사라진 ‘의인(義人)’이었기 때문이다.
정씨는 지난달 14일 오후 9시30분쯤 광안리해수욕장 인근을 지나가다가 “사람 살려”라는 비명을 들었다. 해변에서 300여m 떨어진 바다에는 김모(28·여)씨가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인근에 시민과 관광객 등 30여명이 모여 있었지만, 어두운 밤인데다 너울성 파도로 모두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광안대교의 조명으로 희미하게 보이는 김씨의 모습은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정씨는 정장 차림이었지만 곧바로 바다로 뛰어들어 김씨를 구해냈다. 그는 “골든타임을 놓쳐서는 안 된다는 생각뿐이었다”고 회고했다.
김씨는 곧 현장으로 출동한 경찰과 119구조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하지만 김씨를 구조한 정씨는 구조대가 응급조치에 나선 것을 확인한 뒤 유유히 현장을 떠났다. 건강을 회복한 김씨와 경찰은 뒤늦게 의인을 찾아 나섰고 수소문 끝에 정씨를 찾아 감사의 뜻을 전했다. 김형철 남부경찰서장은 “대부분의 사람이 어쩔 줄 몰라 하던 찰나에 보여준 정씨의 행동은 용기 있는 시민의 귀감이 됐다”며 감사패를 전달했다.
육군 학사장교(21기) 출신으로 특전사에 근무했던 정씨는 수영과 스쿠버다이빙 등으로 단련된 몸으로 군 생활 당시에도 동료와 민간인 등 8명을 구조한 경험이 있었다. 정씨는 “누구라도 그 자리에 있었다면 바다에 뛰어들었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어려운 이웃을 도우며 살아가겠다”고 말했다.
부산=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
바다에 빠진 여성 구하고 사라진 義人
입력 2017-05-05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