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55) 전 미국 대통령이 오래전부터 대통령이 되겠다는 야망을 품었고 정치적으로 흑인 정체성을 강화하는 것이 좋다고 판단해 옛 백인 애인을 떠나 지금의 미셸 오바마(53) 여사와 결혼했다는 내용의 전기가 공개됐다.
워싱턴포스트(WP)는 2일(현지시간) 마틴 루서 킹 목사의 전기로 퓰리처상을 받은 역사학자 데이비드 개로가 쓴 오바마 전기 ‘떠오르는 별(Rising Star)’의 내용 일부를 전했다.
WP에 따르면 오바마의 옛 애인은 한반도 전문가인 실라 미요시 야거(53·사진) 현 미국 오벌린대 인류학과 교수다. 둘은 1980년대 중반 오바마는 시카고의 지역활동가, 야거는 시카고대 박사과정 학생일 때 만났다. 야거는 네덜란드와 일본계의 후손으로 오바마의 백인 엄마와 마찬가지로 인류학을 공부했다.
야거는 개로와의 인터뷰에서 “86년 겨울 오바마와 우리 부모님을 찾았다. 오바마가 그때 청혼했다”고 털어놨다. 당시 야거의 부모는 오바마의 직업 전망과 딸이 아직 너무 어리다는 이유로 결혼을 반대했다.
그럼에도 둘은 사실상 동거하는 등 관계를 지속했다. 그러나 야거는 “오바마가 25세가 되던 87년에 관계의 변화를 똑똑히 감지했다”고 털어놨다. 야거는 오바마가 이미 그때부터 대통령이 되겠다는 생각으로 부풀어 있었다고 회고했다.
인종과 정체성 문제가 갑자기 둘 사이의 관계를 압도했다. 야거는 “흑인 정체성은 오바마의 정치 경력, 입지와 직접 연관돼 있었다”고 밝혔다. 당시 이들과 친했던 친구는 “오바마가 ‘백인 여성과 사귀면 앞으로 (흑인 정치인으로) 설 자리가 없다’고 머릿속으로 분명한 선을 그어 두었다”고 회상했다.
오바마가 하버드대 법과대학원에 진학해 시카고를 떠나면서 둘은 멀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오바마는 야거에게 또다시 청혼했다. 야거는 당시 박사학위 연구를 위해 서울로 가려 했고, 결혼을 위해 자신의 일을 당연히 미룰 것이라고 생각한 오바마에게 분노를 느낀 것으로 전해졌다. 오바마는 하버드대에 진학한 뒤 변호사이던 미셸을 만났다. 이후 하버드대에 조교로 온 야거를 종종 만났지만 92년 결국 미셸과 결혼했다. 둘은 오바마가 결혼한 뒤에도 가끔 전화와 편지를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권준협 기자 gaon@kmib.co.kr
오바마 ‘대통령 야망’에 백인 애인 떠났다?
입력 2017-05-04 02:22 수정 2017-05-04 1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