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사과방송에도 정치권 논란 확산

입력 2017-05-04 02:04
SBS가 3일 8시 뉴스에서 전날 ‘세월호 인양 고의지연 의혹’ 보도에 대한 공식 사과방송을 내보냈다. 이례적으로 보도본부장인 김성준 앵커가 메인뉴스 때 5분여 동안 직접 보도 경위를 설명했고, 세월호 유족과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시청자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관련 보도도 삭제했다.

그러나 정치권 논란은 오히려 확산됐다. 당사자인 문 후보 측은 보도에 대한 정치적 의도를 의심하며 강하게 반발했고, 경쟁 후보인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측은 사과방송을 한 SBS와 문 후보 측을 동시에 비난하며 정치 쟁점화에 나섰다.

김 앵커는 이날 8시 뉴스 시작에 앞서 “기사의 취지는 정권교체를 틈타 부처 이기주의와 눈치보기가 사라져야 한다는 것”이라며 “복잡한 사실을 명료하게 분리해서 설명하지 못해 발제 의도와는 다른 보도를 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또 “결과적으로 문 후보가 인양 지연에 책임 있는 것처럼 보이도록 만들었지만 보도 취지는 전혀 그런 것이 아니었다”며 “선거에 영향을 미치거나 특정 후보를 폄훼하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김 앵커는 “기사 작성과 편집과정을 철저히 관리하지 못한 결과”라며 “게이트키핑 과정에 문제가 생겼다는 데 제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문 후보 측 송영길 총괄선대본부장은 “박근혜정권이 인양 의지가 없어서 대통령 눈치를 보는 해수부가 인양을 늦춘다는 의혹이 있었지, 이걸 문 후보와 연결하는 것은 적반하장이고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박주민 공명선거본부 부본부장은 “최근의 악의적인 기사 중 최고”라고 비판했다.

반면 홍 후보는 이날 부산 남포동 유세에서 “참 묘한 시기에 (세월호) 인양을 했다”며 “문 후보가 세월호를 이용해 대선을 치르려고 했다”고 주장했다. 오후 대구 중구 동성로 유세에서는 문 후보를 향해 “불쌍한 어린애들 죽은 걸 대통령 선거에 이용하는 파렴치한 후보”라고 공격했다. 홍 후보는 이날 사과 방송을 한 SBS를 향해 “전부 허위방송”이라고 했고, 기사 삭제와 관련해선 문 후보 측의 외압 의혹을 제기했다.

국민의당도 “문 후보 측이 세월호 인양 시기를 놓고 거래를 시도한 증거가 있다”며 오거돈 전 해수부 장관이 ‘해수부 기능 획기적 보강’을 약속하는 내용을 담은 동영상을 공개했다.

해수부는 법적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SBS 관계자들을 상대로 보도 경위와 인터뷰에 응한 해수부 공무원의 신원 조사에 착수했다.

전웅빈 기자, 대구·부산=이종선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