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반인과 전문 무용수가 함께한 작품들로 호평받아온 안무가 안은미(55)가 이번엔 저신장 장애인과 만났다. 12∼14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되는 신작 ‘대심(大心) 땐스’는 안은미컴퍼니 무용수 7명과 저신장 장애인 2명이 함께 몸을 통한 소통과 교류의 가능성을 찾는 무대다.
저신장 장애인은 키 147.5㎝ 이하인 성인을 말한다. ‘몸은 작지만 마음은 크다’는 의미로 명명한 제목 ‘대심(大心)’에서 짐작할 수 있듯 이번 작품은 신체적 장애를 넘어선 자유의 몸짓을 보여준다. 이들은 팔다리가 짧지만 그만큼 움직임에 속도가 빨리 붙어 훨씬 역동적이다.
4일 예술의전당에서 작품 연습 중인 안은미는 “관객들은 비장애인과 다른 에너지를 가진 저신장 장애인의 움직임에 놀라게 될 것이다. 이들의 육체가 보여주는 순수한 몸짓은 감동적이고 아름답다”고 말했다.
이번 작품에 참가한 저신장 장애인 김범진(26)과 김유남(24)은 대학로에서 활동중인 배우들이다. 극단 여행자 소속인 김범진은 지난해 예술의전당이 제작한 대작 ‘페리클레스’에 출연한 바 있으며, 김유남은 연극 ‘짐승가’로 지난해 에딘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 다녀오기도 했다. 두 사람은 “안은미 선생님이랑 작업하면서 춤이 전문적인 무용수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장애에 대한 우리 사회의 시선이 부담스러워서 이번에는 신청자가 적은 것 같다. 하지만 우리의 춤추는 모습을 보면 다음엔 신청자가 늘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국을 대표하는 현대무용 안무가인 안은미는 그동안 고전을 재해석한 ‘심포카 바리’부터 몸의 움직임에 천착한 ‘렛’ 시리즈 등 다양한 스펙트럼의 작품을 선보여왔다. 2011년 그가 새로운 테마로 찾은 것이 ‘몸의 인류학’이다. 사회의 구성원인 개인들의 몸에 응축된 시간을 춤으로 펼쳐 보이자는 취지다.
당시 6개월간 전국을 떠돌며 만난 할머니들의 막춤에는 고된 세월과 힘겨운 노동의 흔적이 고스란히 배어 있었다. 그렇게 해서 나온 작품이 ‘조상님께 바치는 땐스’다. 마찬가지로 공부에 매인 10대 청소년들과 함께한 ‘사심 없는 땐쓰’(2012), 아버지·남편·노동자라는 책임감에 얽매인 중년 남성들과 함께한 ‘아저씨를 위한 무책임한 땐스’(2013)가 차례로 나오게 됐다. 일반인 참가자들은 작품을 통해 일상에서 벗어난 해방감을 맛보게 된다. 관객 역시 마찬가지다.
이들 3부작은 초연 이후 국내외에서 러브콜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조상님께 바치는 땐스’는 2015년부터 유럽 곳곳의 극장에서 투어를 다니고 있다. 지난해에만 20여개 극장에서 약 50회를 선보였을 정도다.
안은미는 지난해부터는 사회적 소수자인 장애인과 함께하는 작업에 나섰다. 시각장애인과 함께했던 ‘안심(安心) 땐스’가 시작이다. ‘안심 땐스’는 시각의 제약이 오히려 새로운 움직임의 감각을 깨운다는 놀라운 진실을 보여줬다. 이 작품은 올해 9∼10월 프랑스와 독일에서 초청공연을 가질 예정이다. 그는 또 올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영국의 캔두코 무용단과 작업한 뒤 내년 3월 평창동계패럴림픽에서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그는 “장애인과 함께하는 무대를 통해 이들이 가진 아름다움을 편견없이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작은 몸’이 보여주는 역동적인 ‘자유의 몸짓’
입력 2017-05-05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