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세월호 인양 지연’ 보도 논란 ‘일파만파’

입력 2017-05-04 00:00
SBS의 ‘세월호 인양 고의지연 의혹’ 보도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3일 부산 남포동 유세에서 전날 SBS 기사를 언급하며 “참 묘한 시기에 (세월호) 인양을 했다”며 “문재인 후보가 세월호를 이용해 대선을 치르려고 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도대체 세월호를 가지고 몇 년을 우려먹느냐”면서 “이제는 제발 어린 학생들의 억울한 죽음을 정치에 이용하지 마라”고 말했다.

홍 후보는 또 SBS 측이 문제의 기사를 삭제한 데 대해 “대통령 되기도 전에 언론탄압을 그리 하는 사람이 무슨 대통령이냐”고 문 후보 측의 외압설을 주장했다. SBS를 향해서도 “해수부 공무원 목소리까지 녹음해서 (보도)했는데 잘못된 뉴스라고 발표한다”며 “제가 집권하면 SBS 8시 뉴스를 싹 없애버리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SBS는 2일 8시 뉴스에서 익명의 해양수산부 공무원 발언을 인용해 해수부가 부처의 자리와 기구를 늘리기 위해 세월호 인양을 고의로 지연하며 차기 정권과 거래를 시도한 정황이 있다고 보도했다. 익명의 공무원은 거래 대상으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언급했다.

홍 후보는 유세 전 페이스북을 통해 “문 후보가 탄핵 직후 팽목항을 찾아가 ‘얘들아 고맙다’고 말한 뜻을 국민들이 이제야 알았다”고 비난했다. 한국당은 의혹을 풀기 위해 검찰 고발과 국정조사 등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주장했다.

국민의당도 “문 후보 측이 해수부와 세월호 인양 시기를 놓고 실제로 거래를 시도한 증거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문 후보 측 부산선대위 상임공동위원장인 오거돈 전 해수부 장관이 ‘해수부 기능 획기적 보강’을 약속하는 내용을 담은 동영상을 공개했다.

문 후보 측도 SBS 사옥을 항의 방문하는 등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송영길 총괄선대본부장은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해수부 공무원의 일방적인 말만 갖고 이러한 보도를 한 데 대해 유감”이라며 “해수부가 고의로 인양을 늦춘 의혹을 문 후보와 연결하는 것은 적반하장이고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문 후보 측은 이 보도 배후에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고 의심했다.

해수부도 법적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이철조 세월호인양추진단장 겸 현장수습본부장은 전남 목포신항 브리핑에서 “세월호 인양이 지연된다면 그에 따른 손실은 인양업체가 부담하는 구조”라며 “고의로 인양을 지연할 수 없게 돼 있다”고 밝혔다. 이어 “보도에 나온 해수부 공무원은 인양 관계자는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며 “해당 보도에 모든 법적수단을 동원하고 허위보도에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해당 보도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선관위는 SBS 관계자들을 상대로 보도 경위와 인터뷰에 응한 해수부 공무원의 신원 등을 조사 중이다.

SBS는 이날 8시 뉴스를 통해 세월호 유족과 문 후보, 시청자들에게 사과방송을 내보냈다. 김성준 앵커(보도본부장)는 “선거에 영향을 미치거나 특정 후보를 폄훼하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사과했다. 앞서 SBS는 관련 보도를 삭제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SBS 본부는 “취재와 기사 작성의 원칙이 무너진 데서 비롯된 보도 참사”라며 “SBS가 실수와 잘못을 시인하고 철회한 기사를 대선 국면에서 부당한 정치적 공격의 소재로 삼지 말라”고 주장했다.

강준구 기자, 부산=이종선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