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이슈] 대선 앞두고 교계發 가짜뉴스 왜 나오나

입력 2017-05-04 00:01

오는 9일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개신교계 표밭이 대혼란에 빠졌다. 대선이 지난 2일부터 여론조사 결과 공표가 금지되는 ‘깜깜이 선거’ 국면으로 접어들자, 가짜뉴스가 기승을 부리는 조짐이라서다.

‘기호 ○번 ○○○후보는 ○○교회 안수집사이고, 그의 부인 ○○○여사는 신앙이 아주 좋은 권사님이시랍니다…투표에 참작, 적극 후원바랍니다.’

경북 청송에 사는 80대 초반의 원로 장로는 며칠 전 지인으로부터 이런 내용의 카카오톡 문자를 받았다. 그는 곧바로 자녀와 손자 등 20명 가까이 활동하는 단체카톡방에 ‘참고하라’는 메시지와 함께 해당 글을 게시했다. 하지만 이 후보 관련 내용 중 일부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교계발(發) 가짜뉴스 논란, 왜?

이번 대선은 교계의 전통적인 주류를 형성해온 보수 기독교 유권자들에게 과거와는 사뭇 다른 선거로 받아들여진다. ‘보수 대 진보’ 양강 구도로 치러진 이전과 달리, 어떤 후보도 보수 진영 전체를 대표하지 못하면서 누구를 찍을지 이들의 표심이 갈팡질팡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엔 보수 표심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에서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로 이동하자, 보수적 교계의 움직임도 덩달아 요동치고 있다. 홍 후보를 일방적으로 추켜세우는 가짜뉴스가 잇따르는 건 이와 무관치 않다.

교계의 대표적인 보수 단체로 꼽히는 기독자유당의 ‘범기독교계 홍준표 후보 지지선언’ 논란(국민일보 3일자 25면)이 대표적이다. 윤은주 공의정치포럼 사무총장은 3일 국민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기독자유당이 교계 대표성을 띠지도 못하면서 ‘범기독교계’란 표현을 쓴 건 다분히 의도적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런 행태는 정치권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일부 교계 인사들과 표심을 얻으려는 대선 후보 측의 이해관계가 서로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많다. 지난해 발표된 인구센서스에 따르면 우리나라 개신교인 수는 968만 명으로 국내 종교 인구 중 가장 많다. 이 가운데 800만명 가까이가 유권자인 것으로 추산되면서 개신교인, 특히 주류인 보수 개신교도에 대한 정치권의 구애는 적극적일 수밖에 없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 등에 따르면 최근 들어 ‘기도대성회’, ‘금식기도회’ 같은 대규모 교계 집회에서도 특정 후보의 지지를 암시하는 발언이 이어지고 있다. 다른 단체들에 비해 모임 횟수가 상대적으로 많은 교회나 교계 단체의 경우,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팩트체크·개표참관인 교육도

기윤실과 공의정치포럼, 성서한국 등 9개 기독교시민단체들로 꾸려진 ‘공명선거시민네트워크’(공선넷)는 4일 광화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가짜뉴스·여론조작 중단’ 등을 촉구한다.

앞서 공선넷은 서울과 부산, 대전, 대구, 광주 등 전국 주요 대도시에서 1800여명의 개표 참관인을 모집한데 이어 관련 교육을 완료했다. 이들은 대선 당일인 오는 9일 전국의 주요 개표소에 투입돼 개표 현황을 직접 참관·감시할 예정이다. 기윤실은 이미 SNS에 유포되는 일부 후보들의 교계 관련 정보에 대한 사실 여부를 확인 중이다.

‘2017 정의평화기독교대선운동’(기독교대선운동)은 주요 교회와 대학 등에 자체 제작한 정책자료집 ‘하나님 보시기에 좋은 나라’를 1만권 배포했다. 기독교 가치관에 부합하는 정책들을 제시하면서 대선 후보들의 정책들과 비교할 수 있도록 했다. 기독교대선운동 홍보위원장 장병기 목사는 “‘가짜뉴스 퍼 나르지 않기’ 등에 대한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면서 “지금까지 20건 정도의 가짜 뉴스를 선별해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글=박재찬 유영대 기자 jeep@kmib.co.kr, 일러스트=이영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