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찰예능이 예능 트렌드로 자리잡은지 오래다. ‘나 혼자 산다’(MBC) ‘미운 우리 새끼’(SBS) ‘슈퍼맨이 돌아왔다’ ‘살림하는 남자들’(이상 KBS2) 등 익숙한 포맷의 예능 프로그램들이 여전히 황금 시간대를 채우고 있다.
그러나 출연자의 일상 그대로를 카메라에 담아내는 형식은 회를 거듭할수록 단조로워질 수밖에 없다는 숙명을 안고 있다. 그에 따른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진화형 관찰예능’이다. 기존 방식을 바탕으로 하되 그 위에 특정한 상황 설정을 첨가함으로써 색다른 재미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흐름을 이끈 이는 tvN의 나영석 PD다. 스타들의 산·어촌 적응기를 그린 ‘삼시세끼’로 공전의 히트를 쳤다. 이서진 옥택연 차승원 유해진 김광규 에릭 윤균상 등 예능에서 흔히 볼 수 없던 스타들이 직접 텃밭에 채소를 기르거나 바다에 나가 고기를 잡는 모습은 신선함을 빚어냈다.
구혜선 안재현 부부가 강원도 인제에서 생활하는 2주를 담은 ‘신혼일기’도 비슷한 맥락이었다. 젊은 신혼부부가 너른 마당이 펼쳐진 시골집에서 생활하는 모습이 이질적인 느낌을 자아냈다. 빼어난 비주얼을 자랑하는 두 사람이 소박하게 먹고 사는 모습은 묘한 친근감마저 불러일으켰다.
‘윤식당’은 한 발 더 나아갔다. 유명배우인 윤여정 신구 이서진 정유미가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식당을 운영한다는 설정을 내세웠다. 상황적 변화를 꾀했을 뿐 아니라 출연자 각각에 역할까지 부여한 것이다. 기발한 콘셉트와 환상적인 배경이 어우러진 ‘윤식당’은 ‘힐링 프로그램’이라는 찬사를 얻었다.
JTBC도 흐름에 뛰어들었다. 3년 만에 예능에 복귀한 가수 이효리를 앞세운 ‘효리네 민박’을 오는 6월 선보인다. 이효리와 남편 이상순이 제주도에서 부부 민박집을 운영해나가는 모습을 담을 예정이다. 게스트는 공식 홈페이지에 글을 남긴 일반인 가운데 선정되는데, 반응은 벌써 뜨겁다. 2주 만에 1만7600명에 이르는 신청자가 몰렸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과거 리얼리티를 앞세운 관찰예능은 타인의 취향을 엿보는 재미가 크게 작용했다”며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더 이상 프로그램의 성공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요즘 관찰예능은 사람들의 로망이나 판타지를 자극하는 요소들이 섞여 들어가 힘을 발휘하는 경향이 크다”며 “현실적으로 실현하기 어려운 시청자들이 욕구를 자극하면서 대리만족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윤식당’ ‘효리네 민박’은 닮은꼴?… 진화하는 관찰예능
입력 2017-05-05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