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태기획] 대선토론, 유튜브로 봤다… 더 뜨거워진 ‘실시간 민주주의’

입력 2017-05-04 05:00

2일 막을 내린 대선토론은 2030세대에는 실시간 민주주의의 장이었다. SBS 유튜브 채널에만 5만3000여명이 모이는 등 수만명이 텔레비전이 아닌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로 5명의 대선 주자가 토론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이들은 마치 스포츠중계를 보듯 영상을 지켜보며 실시간 채팅방에서 활발히 의견을 주고받았다.

채팅창에는 후보를 향한 응원만 아니라 정책과 공약, 토론 내용을 두고 개인 의견도 적잖게 올라왔다. “굳세어라 유승민”이라고 응원하는 글에는 곧바로 “(유 후보가 주장하는) 사드 배치에 드는 비용은 누가 감당하느냐”는 질문이 뒤따랐다. 지지하는 후보가 토론 중 당황하면 탄식이 쏟아졌고, 상대 후보가 비판에 나설 때면 야유와 질책이 쏟아졌다. 이들에게 대선토론은 스포츠 경기 같은 놀이판이었다.

대학원생 기모(29)씨는 토론회가 있을 때마다 유튜브 실시간 채팅에 참여했다. 기씨는 “토론회 자체가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하나의 놀이판인 것 같다”며 “네티즌과 SNS와 온라인으로 즐길거리를 공유하면서 지지하는 후보가 잘하는지 본다”고 말했다.

대형 인터넷 커뮤니티도 대선토론 관련 글이 실시간으로 올라왔다. 온라인 커뮤니티인 ‘뽐뿌’의 관리자는 3일 “대선토론회가 있는 날에는 1∼2분 사이에 게시판 페이지가 넘어 간다”며 “젊은층이 대부분인 커뮤니티 특성상 2030세대가 그만큼 이번 토론회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채팅방보다 긴 호흡의 글이 올라온다. 각 당이나 캠프, 언론사가 제공하는 팩트체크도 실시간으로 올라온다. 커뮤니티 회원들은 실시간으로 각 후보자 발언의 진위를 가려내며 댓글로 의견을 주고받았다. 마지막 토론회가 진행된 2시간 동안 대형 인터넷 커뮤니티마다 1000개 넘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카카오TV도 대선토론을 생중계했다. 카카오톡 이용자들은 오픈 채팅방을 개설해 토론을 지켜봤다. 불특정 다수가 익명으로 참여할 수 있는 채팅방에서 참여자들은 거리낌 없이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며 사전투표 방법을 서로 안내하거나 관련 뉴스를 링크하기도 했다.

젊은 세대가 대선토론에 이처럼 높은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지난 탄핵 정국과 무관치 않다. 6차례의 대선토론을 놓치지 않고 챙겨본 회사원 김모(28)씨는 “촛불집회에 나가면서 정치에 참여하면 세상이 달라질 수 있는 걸 몸소 느꼈다”며 “이후 전보다 적극적인 태도로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 3월 서울대 대학신문이 학부생 116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치의식 조사에서 응답자의 92%가 ‘개인의 정치 참여가 정치를 바꿀 수 있다’고 했다.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이들도 79.2%였다.

전문가들도 촛불집회의 성공적인 경험이 젊은 세대의 정치 효능감을 높여줬다고 분석한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이들은 촛불집회를 통해 스스로 정치를 바꿀 수 있고 정치가 내 삶에 영향을 준다는 걸 경험했다”며 “대선에서도 투표나 집회 등 전통적인 정치 참여만이 아니라 SNS나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활발하게 정치를 이야기하는 모습 자체가 새로운 변화이자 참여의 한 방식”이라고 분석했다.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대면 관계에 있는 사람과 정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껄끄럽기 때문에 주변사람과는 정치 이야기를 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며 “과거에는 이른바 ‘네임드(유명한)’ 네티즌의 의견을 따랐다면 이제는 일반 이용자들이 의견을 교환하고 입장을 정하면서 정치적 동질성을 찾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가현 이상헌 기자 hyun@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