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압박·대화’ 병행하는 美 속내 탐색 주력할 듯

입력 2017-05-03 18:12 수정 2017-05-03 21:0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공군사관학교의 풋볼팀 대표들을 대상으로 연설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갖고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해 긴밀히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압박과 대화’의 엇갈린 대북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북한의 선택에 관심이 쏠린다. 북한으로선 당분간 핵실험 등 고강도 도발을 자제하면서 미국의 속내 파악을 위한 탐색전을 펼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북·미 간 기싸움이 지속되고 있지만 물밑접촉을 통한 대화 국면으로의 전환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 인민군 창건일(4월 25일) 이후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을 내비치기 시작했다.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새 대북정책 합동성명에서 “협상의 문을 열어두겠다”고 밝힌 것을 시작으로, 이튿날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도 “적절한 의제로 북한과 직접 대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점은 지난 1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의 만남이 가능하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블룸버그통신 인터뷰였다. 물론 직접 대화 제의는 아니고 ‘떠보기’ 성격이 짙지만, ‘선제타격’ 등 군사 옵션을 강조하던 때와는 분명히 달라진 흐름이다.

북한 반응은 아직 뚜렷하지 않다. 그러면서도 미묘한 변화는 감지된다. 북한은 지난달 29일 평안남도 북창 일대에서 미사일 시험발사를 한 것을 빼면 도발 움직임은 따로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1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에서 ‘핵무기 고도화 지속’ 방침을 천명하면서도 군부가 아닌 외무성 명의로 발표해 수위 조절에 신경 쓴 모습도 보였다. 담화 내용도 “강력한 전쟁 억제력에 의해 조선반도 정세가 또 한 차례의 고비를 넘겼다”고 밝혔다. 한반도 긴장이 어느 정도 완화됐음을 시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물론 북한이 미국과의 맞대결 자세를 완전히 푼 것은 아니다. ‘우리민족끼리’ 등 선전매체를 통해 한반도 해역에 전개된 핵잠수함 칼빈슨호나 미국 백악관을 공격하는 영상을 공개하며 기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수일간 이뤄진 미 행정부의 미묘한 흐름을 파악하기 위한 의사 타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북·미 양자 대화는 북한이 지속적으로 미국에 요구하던 대화 방식이다. 이런 틀이 가능한지 북한이 미국의 진의를 파악하기 위해 뉴욕채널 등을 통해 접촉을 시도할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달 30일 미국 담당인 한성렬 북한 외무성 부상이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북한주재 러시아대사를 만난 것 역시 분위기 파악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통일을 위한 평화적 환경 마련이 시급하다는 노동신문 논설도 이런 흐름의 연장선에 있다는 해석도 있다. 김일성 주석의 ‘조국통일 3대 원칙’ 발표 45주년을 기념해 나왔지만 다음 주 한국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나온 메시지일 수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3일 “꽃게 수확철인 4∼6월 우발적인 충돌이 없다면 북한이 미국이나 우리 새 정부에 대화 메시지를 보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