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압박과 대화’의 엇갈린 대북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북한의 선택에 관심이 쏠린다. 북한으로선 당분간 핵실험 등 고강도 도발을 자제하면서 미국의 속내 파악을 위한 탐색전을 펼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북·미 간 기싸움이 지속되고 있지만 물밑접촉을 통한 대화 국면으로의 전환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 인민군 창건일(4월 25일) 이후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을 내비치기 시작했다.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새 대북정책 합동성명에서 “협상의 문을 열어두겠다”고 밝힌 것을 시작으로, 이튿날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도 “적절한 의제로 북한과 직접 대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점은 지난 1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의 만남이 가능하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블룸버그통신 인터뷰였다. 물론 직접 대화 제의는 아니고 ‘떠보기’ 성격이 짙지만, ‘선제타격’ 등 군사 옵션을 강조하던 때와는 분명히 달라진 흐름이다.
북한 반응은 아직 뚜렷하지 않다. 그러면서도 미묘한 변화는 감지된다. 북한은 지난달 29일 평안남도 북창 일대에서 미사일 시험발사를 한 것을 빼면 도발 움직임은 따로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1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에서 ‘핵무기 고도화 지속’ 방침을 천명하면서도 군부가 아닌 외무성 명의로 발표해 수위 조절에 신경 쓴 모습도 보였다. 담화 내용도 “강력한 전쟁 억제력에 의해 조선반도 정세가 또 한 차례의 고비를 넘겼다”고 밝혔다. 한반도 긴장이 어느 정도 완화됐음을 시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물론 북한이 미국과의 맞대결 자세를 완전히 푼 것은 아니다. ‘우리민족끼리’ 등 선전매체를 통해 한반도 해역에 전개된 핵잠수함 칼빈슨호나 미국 백악관을 공격하는 영상을 공개하며 기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수일간 이뤄진 미 행정부의 미묘한 흐름을 파악하기 위한 의사 타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북·미 양자 대화는 북한이 지속적으로 미국에 요구하던 대화 방식이다. 이런 틀이 가능한지 북한이 미국의 진의를 파악하기 위해 뉴욕채널 등을 통해 접촉을 시도할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달 30일 미국 담당인 한성렬 북한 외무성 부상이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북한주재 러시아대사를 만난 것 역시 분위기 파악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통일을 위한 평화적 환경 마련이 시급하다는 노동신문 논설도 이런 흐름의 연장선에 있다는 해석도 있다. 김일성 주석의 ‘조국통일 3대 원칙’ 발표 45주년을 기념해 나왔지만 다음 주 한국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나온 메시지일 수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3일 “꽃게 수확철인 4∼6월 우발적인 충돌이 없다면 북한이 미국이나 우리 새 정부에 대화 메시지를 보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北, ‘압박·대화’ 병행하는 美 속내 탐색 주력할 듯
입력 2017-05-03 18:12 수정 2017-05-03 2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