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까지 6개월 연속 오름세를 기록한 수출의 숨은 공신은 아세안(ASEAN) 10개국 등 신흥국이다. 이들 국가가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는 추세다. 하지만 이들 국가의 성장률 저하 전망은 수출 증가세의 지속 가능 여부를 위협하고 있다. 차기 정부의 통상 정책 방향이 중요하다는 제언도 그래서 나온다.
3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주요 신흥국 수출액은 모두 171억1600만 달러를 기록했다. ASEAN과 중남미, 독립국가연합, 베트남, 인도 수출액을 합한 수치다. 전체 수출액(510억1000만 달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3.6%로 무시하기 힘든 수준이다. 수출이 증가세로 돌아선 지난해 11월 31.4%였던 신흥국 수출 비중은 소폭의 등락을 반복하며 점점 더 늘고 있다.
비중과 함께 수출액 자체도 증가세다. 중국에 이어 2위 교역국인 아세안의 경우 지난해 11월 수출액이 전년 동월 대비 21.7% 급등했다. 이후 매달 10% 이상 증가하고 있다. 지난 3·4월에도 각각 43.4%, 19.8% 급등세를 이어갔다. 다른 신흥국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달 45억1800만 달러 수출액을 기록하며 한국의 5위 교역국으로 올라선 베트남은 수출이 반등한 시기부터 6개월 동안 30%대 이상의 높은 수출 신장세를 기록 중이다. 수출 회복을 견인한 주요 요인이다.
하지만 이러한 수출 신장세가 앞으로도 유지될지는 미지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최근 발간한 ‘향후 15년간 개발전망 보고서’는 향후 15년간 아세안, 중남미 등 신흥국의 경기 침체를 예고했다. 5가지 정도의 요인이 위협이다. 중국 경제가 둔화되며 중국으로의 원자재·상품 수출이 저하되는 게 첫 번째다.
자생력이 없는 금융시장과 인구 증가도 위협 요소다. 특히 인구의 경우 직업 창출이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게 문제다. 남아시아는 2030년까지 1200만명의 노동자가 늘어 날 전망이지만 이들이 일할 직장이 없다보니 소비가 줄 수밖에 없다. 기후변화로 신흥국에 1억명의 빈곤 인구가 발생한다는 예측도 위협을 더한다. 한국 수출에는 중장기 악재다.
전문가들은 선제적으로 수출 전선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한다. 차기 정부의 숙제이기도 하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수출이 선진국과 몇몇 신흥국에 집중돼 있는 게 현실”이라며 “통상정책 면에서 수출 품목 다변화 지원 등의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그래픽=이은지 기자
수출 훈풍 ‘숨은 공신’ 신흥국 생큐
입력 2017-05-03 1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