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 대포통장 289개 유통… 5개조직 적발

입력 2017-05-03 18:06
유령회사를 설립하고 대포통장을 만들어 판 일당이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북부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노정환)는 약 8억원 규모의 대포통장을 전국에 대규모로 유통시킨 혐의(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등)로 5개 조직 61명을 적발하고 이 중 총책 신모(29)씨 등 11명을 구속 기소했다고 3일 밝혔다. 검찰은 또 명의사장 김모(30)씨 등 41명을 불구속 기소하고, 단순가담자 9명에게 약식명령 등 처분을 내렸다.

검찰에 따르면 신씨 등은 2015년과 지난해 서울 노원구, 경기도 부천 광명 광주, 전북 군산 등에 유령회사를 설립하고 법인 명의로 제1금융권 은행에 통장을 만들었다. 이렇게 만든 통장 289개를 계좌당 200만∼300만원을 받고 보이스피싱 조직과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자 등에게 팔았다.

보통 대포통장 유통 조직은 노숙자나 급전이 필요한 저신용자들의 명의를 빌려 통장을 만들어왔다. 그러나 신씨 등은 은행에서 개인 명의보다 법인 이름으로 통장을 쉽게 만들어준다는 점을 노려 유령회사를 설립했다. 보이스피싱범들도 법인 이름 통장이 개인 명의보다 신뢰감을 준다고 보고 더 비싼 값에 신씨 등이 만든 유령회사 통장을 구매한 것으로 조사됐다.

조직 구성원 중 일부는 범죄 수익금으로 고가의 외제차와 제트스키를 구매하기도 했다. 조사 과정에서 광명에서 활동하던 김모(31)씨 조직은 대포통장을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자에게 판매하고 다시 그 통장에 입금된 불법 도박 수익금 5000만원을 가로챈 사실도 드러났다.

이들은 주기적으로 대포폰을 교체하고, 모든 거래를 가명으로 하면서 현금을 사용해 치밀하게 법망을 피하며 2년 동안 대포통장을 만들어 팔아왔다. 검찰은 휴대전화 분석, 계좌추적 등 과학수사로 이들의 덜미를 잡았다. 검찰은 공범을 쫓는 한편 대포통장뿐만 아니라 개인정보, 대포폰을 유통하는 조직을 대상으로 수사를 계속 벌이기로 했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