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복지와 재활 지원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음에도 뿌리깊은 한국인의 장애인에 편견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예전 구비(口碑)문학 작품을 보면 장애를 ‘바보’ ‘째보’ ‘언챙이’ ‘난쟁이’ ‘쩔뚝발이’ 등 접미사로 ‘이’나 ‘보’를 붙여 불렀다. 장애인을 비화하는 말들이다. 이런 용어가 장애에 대한 부정적인 의식을 심어온 만큼, 반드시 바꿔야 한다.
장애 이해부족과 놀림이 25%로 최고
2014년 장애인 실태조사에서 장애학생이 학교생활 적응에 있어서 어려운 점은 ‘친구들의 이해 부족과 놀림’이 25%로 가장 높았고, ‘수업 내용의 이해 및 특수 교사의 부족’, ‘등하교 불편’, ‘학교 내 편의 시설 부족’, ‘교육 내용의 부적합’ 순으로 나타났다.
최근 초등학교 3∼6학년 비장애 학생 36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장애 친구는 인정하지만 인사는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애인 차별에 대한 이해도를 질문했는데, 주변에 장애인 친구가 있는지에 대해 216명(60%)이 있다고 대답했고, 144명(40%)은 없다고 대답했다.
사실 없다고 대답한 아동 중 일부는 장애를 가진 학생이 주변에 있지만 친구로 인식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것이 바로 비장애 학생들의 부정적 장애 인식의 원인이 되는 셈이다.
학교 공동체 테두리 내에서의 장애 비장애 통합교육은 장애인이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해갈 수 있도록 돕는 동시에 비장애인에게는 장애인이 우리 사회의 일원임을 당연히 받아들이고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계기가 된다. 이를 유·청소년기 교육에서 자연스럽게 경험해 보자는데 그 의미가 있다.
미국의 장애인식 개선 방안
미국 워싱턴 주의 초등학교에 장애아동을 지도하던 한 교사가 ‘아동의 자아개념 형성에 관한 연구’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그는 이 논문에서 자아개념 속에 하나의 인격체로 자리 잡는 인간상은 아동 시절과 가장 밀접한 관계가 있고, 가지고 노는 장난감 인형만큼 큰 영향을 미치는 게 없다고 밝혔다. 감수성이 예민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아동기에 장애아동과 더불어 살아가는 것과 장애를 이해하고 사랑하며 도와주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고 본 것이다. 따라서 장애인형을 갖고 놀던 아이가 장애인에 대한 이해가 높으며 장애인을 잘 도와주는 결론을 얻어 장애인형을 생산, 판매하기도 했다.
1990년 미국에서 장애인 차별금지법(ADA)이 시행되면서 이 법을 주도적으로 만든 해롤드 윌키 목사가 펼쳤던 교회무장벽운동(Barrier Free Movement)이 큰 호응을 얻었다. 교회성도들이 장애인에 대한 태도의 장벽 제거, 의사소통의 장벽 제거, 건축 구조물의 장벽 제거를 하자는 취지의 운동으로, 윌키 목사는 설계도면을 직접 그려 각 교회에 보내 이 운동을 적극 펼쳤다.
한국 장애인복지법 제25조에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학생, 공무원, 근로자, 그 밖의 일반국민들을 대상으로 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한 공익광고 등 홍보사업을 실시하도록 규정돼 있다. 따라서 새롭게 구성될 정부도 이 부분에 유의해 정책을 펴야 할 것이다. 잘못 자리잡은 장애인식을 바꾸고 장애인과 비장애인 사이에 가로막힌 장애들을 걷어내야 한다.
장애인식 개선 모범사례 및 개선
2009년 발족한 장애인인식개선교육센터는 척수장애인 등 장애인 당사자가 직접 강사가 돼 각급 학교와 단체 기관 등에서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을 할 경우 효과가 훨씬 크다고 밝혔다.
센터장 최혜영 교수(강동대)는 “전국에 분포된 40여명의 장애인 강사들이 장애에 대한 바른 이해를 강조하며 ‘함께 어울려 잘 살자’는 내용으로 직접 교감하며 강의하는데 호응이 아주 높다”며 “현재 새로운 강의 콘텐츠와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는 만큼 장애인 인식개선 강좌를 여러 교육 커리큘럼에 넣어줄 것”을 요청했다.
장애인 재활에 필요한 새 패러다임을 짜기 위해서도 인식개선은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어느 한 쪽이 아닌 학교를 비롯 언론, 회사, 공공기관 뿐 아니라 출판 영화 등 문화전반에 걸쳐 장애인에 대한 편견 해소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인식이다.
나사렛대학교 재활복지대학원장 김종인 교수는 장애인 인식개선을 위한 대안을 제시했다. 김 교수는 “장애 학생과 비장애 학생의 친구 만들기 운동을 전개하는 한편 서로 만났을 때 자연스럽게 안아주며 ‘사랑합니다’, ‘축복합니다’, ‘좋은 이웃이 되겠습니다’ 등의 표현을 하면 어떨까 생각한다”며 “처음엔 어색하겠지만 결국 이것이 바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조성하는 기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애인에 대한 나눔과 배려의 분위기가 자연스레 조성되고 장애인 교육과 재활이 활성화 되는 것이 복지사회로 가는 지름길이다. 이 길의 가운데 암초처럼 자리잡은 ‘잘못된 장애인 인식’은 한국에서 만큼은 반드시 짚고 개선해야 할 주제이자 숙제다.
김무정 선임기자 kmj@kmib.co.kr
[선진 재활복지의 뉴패러다임을 찾아서] 놀림의 대상에서 배려의 대상으로
입력 2017-05-03 17: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