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 재활복지의 뉴패러다임을 찾아서] 놀림의 대상에서 배려의 대상으로

입력 2017-05-03 17:33
시각장애인 인식개선 행사에서 참가한 일반인들이 안대를 착용한 후 지팡이에 의존해 걸어가고 있다. 국민일보DB
미국에서 판매되는 장애 캐릭터 인형. 이 인형은 어린이에게 장애인의 고충을 이해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장애인 복지와 재활 지원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음에도 뿌리깊은 한국인의 장애인에 편견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예전 구비(口碑)문학 작품을 보면 장애를 ‘바보’ ‘째보’ ‘언챙이’ ‘난쟁이’ ‘쩔뚝발이’ 등 접미사로 ‘이’나 ‘보’를 붙여 불렀다. 장애인을 비화하는 말들이다. 이런 용어가 장애에 대한 부정적인 의식을 심어온 만큼, 반드시 바꿔야 한다.

장애 이해부족과 놀림이 25%로 최고

2014년 장애인 실태조사에서 장애학생이 학교생활 적응에 있어서 어려운 점은 ‘친구들의 이해 부족과 놀림’이 25%로 가장 높았고, ‘수업 내용의 이해 및 특수 교사의 부족’, ‘등하교 불편’, ‘학교 내 편의 시설 부족’, ‘교육 내용의 부적합’ 순으로 나타났다.

최근 초등학교 3∼6학년 비장애 학생 36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장애 친구는 인정하지만 인사는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애인 차별에 대한 이해도를 질문했는데, 주변에 장애인 친구가 있는지에 대해 216명(60%)이 있다고 대답했고, 144명(40%)은 없다고 대답했다.

사실 없다고 대답한 아동 중 일부는 장애를 가진 학생이 주변에 있지만 친구로 인식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것이 바로 비장애 학생들의 부정적 장애 인식의 원인이 되는 셈이다.

학교 공동체 테두리 내에서의 장애 비장애 통합교육은 장애인이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해갈 수 있도록 돕는 동시에 비장애인에게는 장애인이 우리 사회의 일원임을 당연히 받아들이고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계기가 된다. 이를 유·청소년기 교육에서 자연스럽게 경험해 보자는데 그 의미가 있다.

미국의 장애인식 개선 방안

미국 워싱턴 주의 초등학교에 장애아동을 지도하던 한 교사가 ‘아동의 자아개념 형성에 관한 연구’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그는 이 논문에서 자아개념 속에 하나의 인격체로 자리 잡는 인간상은 아동 시절과 가장 밀접한 관계가 있고, 가지고 노는 장난감 인형만큼 큰 영향을 미치는 게 없다고 밝혔다. 감수성이 예민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아동기에 장애아동과 더불어 살아가는 것과 장애를 이해하고 사랑하며 도와주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고 본 것이다. 따라서 장애인형을 갖고 놀던 아이가 장애인에 대한 이해가 높으며 장애인을 잘 도와주는 결론을 얻어 장애인형을 생산, 판매하기도 했다.

1990년 미국에서 장애인 차별금지법(ADA)이 시행되면서 이 법을 주도적으로 만든 해롤드 윌키 목사가 펼쳤던 교회무장벽운동(Barrier Free Movement)이 큰 호응을 얻었다. 교회성도들이 장애인에 대한 태도의 장벽 제거, 의사소통의 장벽 제거, 건축 구조물의 장벽 제거를 하자는 취지의 운동으로, 윌키 목사는 설계도면을 직접 그려 각 교회에 보내 이 운동을 적극 펼쳤다.

한국 장애인복지법 제25조에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학생, 공무원, 근로자, 그 밖의 일반국민들을 대상으로 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한 공익광고 등 홍보사업을 실시하도록 규정돼 있다. 따라서 새롭게 구성될 정부도 이 부분에 유의해 정책을 펴야 할 것이다. 잘못 자리잡은 장애인식을 바꾸고 장애인과 비장애인 사이에 가로막힌 장애들을 걷어내야 한다.

장애인식 개선 모범사례 및 개선

2009년 발족한 장애인인식개선교육센터는 척수장애인 등 장애인 당사자가 직접 강사가 돼 각급 학교와 단체 기관 등에서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을 할 경우 효과가 훨씬 크다고 밝혔다.

센터장 최혜영 교수(강동대)는 “전국에 분포된 40여명의 장애인 강사들이 장애에 대한 바른 이해를 강조하며 ‘함께 어울려 잘 살자’는 내용으로 직접 교감하며 강의하는데 호응이 아주 높다”며 “현재 새로운 강의 콘텐츠와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는 만큼 장애인 인식개선 강좌를 여러 교육 커리큘럼에 넣어줄 것”을 요청했다.

장애인 재활에 필요한 새 패러다임을 짜기 위해서도 인식개선은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어느 한 쪽이 아닌 학교를 비롯 언론, 회사, 공공기관 뿐 아니라 출판 영화 등 문화전반에 걸쳐 장애인에 대한 편견 해소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인식이다.

나사렛대학교 재활복지대학원장 김종인 교수는 장애인 인식개선을 위한 대안을 제시했다. 김 교수는 “장애 학생과 비장애 학생의 친구 만들기 운동을 전개하는 한편 서로 만났을 때 자연스럽게 안아주며 ‘사랑합니다’, ‘축복합니다’, ‘좋은 이웃이 되겠습니다’ 등의 표현을 하면 어떨까 생각한다”며 “처음엔 어색하겠지만 결국 이것이 바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조성하는 기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애인에 대한 나눔과 배려의 분위기가 자연스레 조성되고 장애인 교육과 재활이 활성화 되는 것이 복지사회로 가는 지름길이다. 이 길의 가운데 암초처럼 자리잡은 ‘잘못된 장애인 인식’은 한국에서 만큼은 반드시 짚고 개선해야 할 주제이자 숙제다.

김무정 선임기자 k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