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테스트 통과한 로보어드바이저 이달내 뜬다
입력 2017-05-04 05:00
인공지능(AI)이 자산관리를 해주는 시대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이달 중 제대로 된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or·인공지능 투자자문) 서비스가 상용화된다. 하지만 로보어드바이저 앞에는 저조한 수익률이라는 숙제가 놓여 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로보어드바이저 1차 테스트베드(시험대)’ 결과 23개 업체 28개 알고리즘(Algorithm·주어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절차나 방법)이 최종 통과했다. 테스트베드는 금융당국과 코스콤(옛 한국증권전산)이 지난해 9월 5일부터 올해 4월 16일까지 공동으로 진행했다.
로보어드바이저는 국내·해외 각각 3유형(안전추구형·위험중립형·적극투자형)씩 총 6개 유형의 실제 시장 운용 테스트를 거쳤다. 가장 높은 수익률을 보인 로보어드바이저는 ChFC한국평가인증의 ‘마이지피에스(MyGPS) 국내 적극투자형’으로 8.20%의 누적수익률을 기록했다. 국내 적극투자형 포트폴리오는 평균 2.88%의 수익을 내는 데 그쳤다.
이달 중 상용화될 예정인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는 인간이 완전히 배제된 개념이다. 기존에 로보어드바이저를 영업에 사용하려면 고객과의 접점에 인간이 반드시 개입해야 한다. 하지만 테스트베드를 통과하고 몇 가지 요건을 갖춘 로보어드바이저는 인력 개입 없이 자문이나 자산운용 등의 서비스가 가능하다. 금융위는 올해 말까지 20개사 22개 알고리즘을 대상으로 2차 테스트베드를 진행한다.
다만 아직 몇 가지 숙제가 남아 있다. 우선 수익률이 높지 않다는 점이다. 포트폴리오 유형별 최종 수익률을 살펴보면 국내 적극투자형(2.88%), 해외 적극투자형(2.86%), 해외 위험중립형(2.03%)만 2%의 수익률을 넘겼다. 국내 위험중립형(1.48%), 국내 안정추구형(0.63%), 해외 안정추구형(0.15%) 등을 더한 전체 로보어드바이저의 평균 수익률은 1.67%에 그쳤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2060.08(지난해 9월 5일)에서 2148.61(올해 4월 14일)까지 4.29% 성장한 것에 비하면 초라한 성적표다.
IBK경제연구소가 낸 ‘인공지능에 대한 금융업의 기대와 현실’ 보고서는 기술력 한계와 적자 시현으로 “국내 시장의 로보어드바이저 전망은 밝지 않다”고 꼬집었다. AI나 로보어드바이저는 데이터 관계에 바탕을 둔 하나의 수리모형에 불과하고, 경제지표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모형을 만드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정확도가 낮아 기대에 못 미친다는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대형 금융사 편중현상이다. 1차 테스트베드 과정에서 증권사와 은행의 85.7%가 테스트를 통과한 반면 로보어드바이저 기술업체는 55%만 통과하는 데 그쳤다. 이는 앞서 로보어드바이저를 도입한 미국도 마찬가지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기존에 미국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은 기술력을 갖춘 베터먼트 웰스프런트 등의 업체가 주도했지만 2015년부터 뱅가드 찰스스와프 등 기존 금융투자업체들이 점유율을 늘려갔다. 지난해에는 이들 금융사가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을 주도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와 같은 대형 투자은행(IB)도 올해 하반기 시장에 뛰어든다.
이는 대형 금융투자사가 높은 브랜드 인지도와 충성 고객층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고객들이 100%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보단 일정 부분 인간이 개입한 서비스를 선호하는 경향도 대형 금융사 편중을 거들었다.
홍석호 기자 will@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