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쩐지 너무 튀더니… 美 헤리티지 재단 회장 ‘탄핵’

입력 2017-05-03 18:25 수정 2017-05-04 02:23

보수 노선을 대변해온 미국의 세계적인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의 회장이 임기를 다 채우지도 않은 상황에서 전격적으로 축출됐다. 이사회에서 ‘탄핵’을 당한 것인데, 연구 목적의 재단을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운영한 게 주된 이유인 것으로 전해졌다.

2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와 정치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헤리티지재단은 이날 이사회를 열어 짐 드민트(65·사진) 회장을 해임했다. 재단은 후임이 뽑힐 때까지 당분간 재단 창립자이자 전 회장인 에드윈 퓰너(75)가 이끌기로 했다.

상원의원 출신인 드민트는 2012년 회장이 됐고 올해 말까지가 임기였다. 재단 회장은 통상 연임하는 게 관례여서 이번 축출이 더욱 의외로 받아들여진다.

드민트는 공화당의 골수 보수파인 ‘티파티’ 창립 멤버로 재단에 들어와서도 강경보수 노선을 적극 옹호했다. 특히 재단은 연구조직의 성격을 넘어 ‘정치적 행동’을 강조하며 주요 정치 사안에 깊숙이 개입했다. 대표적으로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건강보험개혁안인 오바마케어를 강하게 반대했고, 그 과정에서 공화당 의원들에게 정부 예산안에 반대투표를 하라고 과도한 압력을 넣어 의원들조차 재단에 등을 돌리게 만들었다고 WP는 전했다. 예산안 반대는 공화당 지도부가 ‘자폭행위’로 평가할 정도로 막대한 역풍을 불러왔다.

아울러 드민트는 대선 이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긴밀히 협력해 왔는데 트럼프 대통령을 보수의 본류라고 생각하지 않는 정통보수층이 재단과 멀어지게 하는 요인이 됐다.

또 재단 출신 인사들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일하거나 행정부에 영입되는 등 독립 연구조직으로서의 성격도 크게 훼손됐다. 아울러 드민트가 의원 시절 데리고 있던 인사들이 재단에 들어와 이들 소수가 재단 운영을 주물렀던 것도 해임의 배경이 됐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