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대학이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을 국민 여러분께 약속드립니다.”
지난 3월 31일 성낙인 서울대 총장은 서울대를 세계적인 대학으로 자리매김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고 한 달여 뒤인 2일, 성 총장은 시흥캠퍼스에 반대하며 본부를 점거한 학생들을 형사고발하겠다고 밝혔다. 교직원과 학생에게 보낸 글에서 성 총장은 시흥캠퍼스 문제는 설명하지 않고 ‘대학 운영의 정상화, 지식공동체로서의 가치 수호’를 위해 특단의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지난 3월에 이어 다시 폭력사태가 빚어진 서울대에 세계적인 대학의 면모는 없었다. 제자를 공권력에 넘기는 성 총장에게는 은사(恩師)의 모습도 없었다.
서울대는 시흥캠퍼스 문제로 7개월간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다. 학생들은 시흥캠퍼스 실시협약 철회를 주장하며 153일간 대학본부 점거 농성을 이어가다 지난 3월 11일 강제 해산됐다. 학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선고로 어수선한 틈을 타 학생들을 쫓아냈다.
학생들은 성 총장과의 면담을 요청했으나 학교는 끝내 거부했다. 이에 지난 1일 일부 학생이 사다리를 동원해 본부 2층으로 올라가 유리창을 망치로 깨부수고 다시 본관을 점거했다.
이 과정에서 학생과 교직원 간에 막말이 오갔다. 일부 학생은 교직원에게 “나이 먹고 부끄럽지 않냐”고 소리를 쳤고, 교직원은 “양아치”라고 맞받아쳤다. 신입생 이모(19·여)씨는 “학생들의 본관 점거가 옳은 방향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지도자인 총장이 현재 상황을 유발한 건 분명한 사실”이라며 “이 학교를 다닌다는 게 부끄러워졌다”고 했다.
지난해 4월 한신대 이사회는 총장 후보에 반대하는 학생 40여명을 “이사회를 감금했다”는 이유로 경찰에 고소했다가 한 달 만에 취하했다. 이화여대 출신의 한 변호사는 지난해 9월 이대 총학생회장 등 학생 10명을 업무방해 등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사제동행(師弟同行)’이다. 스승이 제자를 고발하는 행태가 교육적이라고 할 수 없다. 학생 역시 협약 철회만 밀고 나가는 게 맞는지 돌아봐야 한다. 진정으로 동행하는 사제의 모습을 보고 싶다.
사회부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
[현장기자-최예슬] 제자 형사고발한 총장님
입력 2017-05-03 1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