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독자유당은 함부로 한국교계 들먹이지 마라

입력 2017-05-03 17:42
기독자유당의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 지지선언으로 한국교계가 들끓고 있다. 선언을 주도한 기독자유당 전광훈 목사가 교계 전체가 지지에 동참하는 것처럼 언급했기 때문이다. 전 목사는 지난 2일 지지 기자회견에서 “홍 후보만이 기독교계가 추구하는 정책을 강조해 기독자유당과 범기독교계가 지지선언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교계의 대표 연합기구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와 한국교회연합(한교연)은 일제히 반박 성명을 내는 등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특히 기독자유당 기자회견의 초청단체로 이름이 도용된 데 대해 불쾌해했다. 한국기독교지도자협의회 역시 무단으로 초청단체로 명기된데 대해 황당해했다.

대표성 없는 조직이 교계를 상징하는 것처럼 여론을 호도하자 성토하는 목소리는 갈수록 높아졌다. 복음주의와 진보 측 교계인사들이 망라된 2017년정의평화기독교대선행동은 “범기독교라는 이름 아래 거짓과 술수로 정치판에 끼어드는 성직자들은 예수를 죽였던 당시 종교 모리배들과 같다”고 신랄하게 비판하고 기독자유당에 대해 선거법 위반과 기독교인 명예훼손 혐의로 법적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SNS 등 인터넷에서는 기독자유당을 비판하는 글이 잇따랐다.

선거 때면 일부 목회자 등이 교계를 내걸며 정치판에 뛰어들곤 했으나 대부분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른 것에 불과했다. ‘범기독교’ ‘기독교계’란 표현을 쓰며 특정 정당을 기웃거리는 것도 개인의 정치적 득실을 노린 것에 다름 아니다. 한국교계가 한목소리로 어느 정파나 정치인을 지지한 사례가 없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전 목사는 2007년 대선때는 이명박 후보를 찍지 않으면 생명책에서 지워버리겠다는 발언을 해 비판을 자초한 인물이다.

건전한 다수의 교인들은 교회나 목회자가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여긴다. 특히 중요한 것은 교인들의 정치적 역량이 목회자의 영향을 받아 투표할 만큼 낮지 않다는 점이다. 대선 후보들은 이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교회가 사회를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가 교회를 안타까워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와중에 교계 일부의 정치적 일탈이 논란을 증폭시켜 더욱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