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연이은 전국적 판사회의를 주목한다

입력 2017-05-03 17:41
국제인권법연구회 학술대회 저지 의혹으로 촉발된 대법원 사법개혁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판사들은 물론 시민단체들도 가세한 형국이다. 여기에 ‘판사 블랙리스트’ 등 다른 의혹도 새롭게 제기되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화살이 양승태 대법원장으로까지 향하는 모양새다.

관련 판사회의가 처음 열린 것은 지난달 26일이다. 서울동부지법 소속 판사들은 이 자리에서 학술대회 탄압 의혹에 대한 진상 조사와 함께 양 대법원장의 입장 표명과 전국법관회의 개최를 요구했다. 전국 18개 지방법원 가운데 10곳에서 이번 사태와 관련된 판사회의가 열렸거나 열릴 예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법원행정처에 판사들의 뒷조사 내용이 담긴 파일이 있다는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도 나왔다.

애초 발단은 법원 내 최대 학술단체인 국제인권법연구회가 지난 3월 초 전국 법관을 상대로 사법독립과 법관 인사제도에 관한 법관 설문조사를 진행하면서 촉발됐다. 이 과정에서 대법원 간부가 연구회와 관련해 부당한 지시를 내린 사실이 밝혀졌다. 법원 진상조사위원회는 최근 “학술대회의 연기와 축소 압박을 가한 점은 적정한 수준과 방법의 정도를 넘어서는 부당한 행위”라는 결과를 발표했다.

헌법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런 사법부에서 비민주적인 행태가 이뤄졌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우리나라 사법 신뢰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33위로 꼴찌권이다. 판사들은 “기수와 서열에 따른 체계, 승진, 재임용 등 인사제도로 법관 관료화가 심해지고 있다”며 “대법원장의 대법관 임명제청권 행사는 법원 내 가장 강력한 승진 기제로 작용해 사법부의 관료화와 서열화를 심화한다”고 지적했다.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양 대법원장이 깊이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