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온몸이 득점기계 같았다. 머리로, 발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AT 마드리드)의 ‘철벽 수비’를 무너뜨렸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2·레알 마드리드)가 2016-2017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4강전에서도 해트트릭을 달성하며 ‘토너먼트의 사나이’다운 면모를 뽐냈다.
호날두는 3일(한국시간) 스페인 에스타디오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열린 AT 마드리드와의 대회 4강 1차전에서 3골을 몰아쳐 레알 마드리드의 3대 0 승리를 이끌었다. 헤딩으로 한 골, 오른발 슈팅으로 두 골을 넣었다.
호날두는 이번 시즌 토너먼트에서 더 강한 득점 본능을 발휘하고 있다. 그는 UCL 조별리그에서 2골에 그쳤다. 하지만 8강전부터 골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바이에른 뮌헨과의 8강 1차전에서 2골을 넣더니 2차전에선 3골을 퍼부었다.
호날두가 UCL 토너먼트에 강한 선수라는 사실은 기록에서도 알 수 있다. 그가 UCL에서 넣은 총 103골 중 조별리그에서 51골(72경기)을 기록한 반면 토너먼트에선 52골(66경기)을 넣었다.
이번 시즌 호날두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20골, UCL 10골, 클럽월드컵 4골, 코파 델 레이 1골을 기록 중이다. 예년에 비해 적은 편이다. 하지만 큰 경기에선 득점력이 좋다. 지난해 12월 열린 가시마 앤틀러스와의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 결승전에서도 해트트릭을 달성하며 팀에 4대 2 승리를 안겼다.
호날두가 큰 경기에 강한 데에는 타고난 승부사 기질 때문이라는 분석이 대두되고 있다.
호날두는 지는 것을 누구보다 싫어한다. 이런 기질이 토너먼트의 강자로 만들었다. 정규리그에선 다음 경기를 통해 기회를 만들 수 있지만 토너먼트에선 지면 끝이다. 결국 결정적일 때 존재감을 드러내는 스타의식이 충만하고 승부욕이 강한 호날두가 토너먼트에서 패하는 것을 스스로에게 용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비결을 알 수 있는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 지난 시즌 레알 마드리드와 AT 마드리드는 UCL 결승전에서 만나 연장까지 120분 동안 사투를 벌였지만 1대 1로 비겨 승부를 내지 못했다. 승부차기가 시작되기 전 호날두는 지네딘 지단 감독에게 이렇게 귓속말을 속삭였다. “마지막 키커를 시켜 줘요. 내가 결승골을 넣을 것 같아요.” 실제로 그렇게 됐다. 호날두는 최고 선수들도 피하고 싶어 하는 부담감을 오히려 즐긴다.
호날두는 과거에 큰 경기에 약한 선수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상대의 집중 견제에 시달렸기 때문이었다. 호날두는 시원한 돌파와 묵직한 킥이 장점이다. 이를 살리기 위해선 넒은 공간이 필요한데, 큰 경기에서 상대 팀은 호날두에게 공간을 내주지 않는 전술로 그를 묶었다. 고립된 호날두는 힘을 쓰지 못했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 경험이 쌓인 호날두는 팀 동료들과의 유기적인 플레이를 통해 상대의 봉쇄를 뚫고 있다. 여기에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개인기와 득점력을 가동하면서 ‘큰 경기 징크스’는 그에게 옛말이 돼버렸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빅게임 즐기는 빅스타 호날두
입력 2017-05-04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