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서진환] 조현병에 대한 편견 버리자

입력 2017-05-03 17:31

특정 집단에 대한 편견이 어떻게 형성되는가에 관심을 둔 연구들은 주요 영향요인으로 대중매체를 지목한다. 예를 들어, “테러 공격자가 무슬림이었다”는 뉴스의 반복이 대중에게 ‘무슬림=테러리스트’라는 이미지를 ‘상식’으로 받아들이게 한다. 이후 테러 발생 때마다 무슬림을 의심하고, ‘무슬림은 위험하다’는 무슬림 전체에 대한 자동화된 판단을 내리게 한다는 것이다.

최근 8세 여아 살해범으로 밝혀진 A양의 조현병 확인 보도 이후, “조현병 범죄에 불안한 시민, 이대로 괜찮은가” 등과 같은 ‘조현병=잠재적 범죄자’ 공식이 다시 등장했다. 검색어 1위로 조현병이 올라오고, 폭주하는 기사와 댓글은 한목소리로 조현병 환자의 격리를 주장한다. 즉 조현병 환자 전체에 대한 자동화된 판단으로 진행해가고 있는 것이다.

조현병 환자를 직접 접촉할 기회가 없는 사람들은 뉴스나 드라마가 전달해준 이미지를 통해 조현병을 이해하게 된다. 그런데 끔찍한 사건의 가해자가 앓고 있는 질병인 경우를 제외하곤, 조현병이 언론의 조명을 받은 적은 거의 없다. 따라서 조현병 환자들이 하나의 특성을 갖는 동질 집단이 아님에도 ‘위험하다’는 단일의 이미지를 떠오르게 하고, 이 때문에 치료적 구금의 필요성도 일반화되고 있는 것이다.

망상이나 환청 등 증상 악화로 불특정인을 공격한 일련의 사건들은 일부 조현병 환자의 위험성이 전적으로 부인될 수 없는 현실임을 보여준다. 하지만 ‘조현병을 앓고 있다’는 이유로 사건과 직접 관련 없는 사람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인식하여, 이들을 격리해야 사회가 안전해질 수 있다는 논리는 지나친 일반화의 오류이며, 실행 가능성도 거의 없다. 더군다나 조현병은 국민 100명 중 1명이 걸리는 비교적 흔한 질환이다.

유럽이나 미국 등에서는 20세기 중반부터 이른바 ‘예방적 구금’의 정당성에 문제를 제기하고 강제 입원을 최소화하는 정책을 유지해 왔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현재까지도 치료 목적의 구금을 합법화하고 있다. 국제기구로부터의 강제입원조항 폐지권고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으며, 입원기간이 207일로 이탈리아(13.4일) 스페인(18일) 독일(26.9일) 프랑스(35.7일) 등 주요 국가의 평균 입원일을 크게 웃돈다. 즉 강제로라도 장기간 입원시켜 치료하는 정책을 펴온 것이다. 그러나 조현병 환자들의 범죄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이는 입원 위주 방식이 효과적인 치료나 예방책이 아니었음을 보여주는 근거가 될 수도 있다.

조현병 범죄보도의 결론은 대개 ‘약 잘 먹고 치료 잘 받으면 된다’는 정신과적 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으로 끝난다. 그러나 조현병 환자의 상당수는 “약물치료로 증상은 줄지만 정신이 멍해지고 무기력해져 완전히 기능하기 힘들다”고 호소한다. 무엇보다 주 치료방법인 입원은 환자의 거의 모든 자유를 앗아갈 수밖에 없다. 또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엄격한 규율을 지켜야 했고 폭력이 만연한 고통을 겪으면서 비참함과 굴욕을 느꼈다고 말하는 환자도 적지 않다.

지난해 필자는 오랜 기간 조현병을 앓아온 분들을 인터뷰했는데, 이분들이 재발 없이 ‘정상적’ 생활을 할 수 있던 건 입원치료보다 자신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는 사람과의 만남, 안정적 주거, 안정된 직장생활 등 때문이었다. 재발을 초래한 상황은 사회적 낙인이 두려워서 병원치료나 약을 끊었을 때, 폐쇄병동에 입원시킬까 봐 환청을 숨겼을 때, 생계 걱정으로 불안이 증가했을 때 등이었다. 더불어 살아가는 조현병 환자의 삶 자체에도 관심을 기울여주었으면 좋겠다.

서진환(성공회대 교수·사회복지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