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 KGC인삼공사가 서울 삼성과 명승부를 펼친 끝에 창단 첫 정규시즌·챔피언결정전 통합우승을 기념하는 축포를 쏘아 올렸다. KGC 오세근은 올 시즌 올스타전과 정규시즌에 이어 플레이오프 최우수선수(MVP)까지 휩쓸며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했다.
2016-2017 프로농구(KBL) 챔피언결정전(7전4선승제) 6차전이 열린 서울 잠실실내체육관. KGC는 경기 종료 5.7초 전까지 삼성과 86-86 동점으로 맞섰다. 결국 토종 선수들의 기량이 한수 앞섰던 KGC가 웃었다. KGC 이정현은 마지막 공격에서 종료 2초를 남기고 결승 레이업슛으로 승부를 갈랐다. 시리즈 전적 4승2패로 KGC가 2011-2012시즌 이후 5년 만에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재현하는 순간이었다.
KGC는 올 시즌 국내외 선수들이 똘똘 뭉쳐 통합우승을 일궈냈다. 외국인 선수 데이비드 사이먼은 발목 부상 탓에 경기에 나서지 못한 키퍼 사익스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오세근의 활약도 빛났다. 5년 전 KGC가 우승할 당시 오세근은 갓 프로에 뛰어든 신인이었다. 그해 신인상과 플레이오프 MVP를 차지하며 KGC의 첫 우승을 이끌었다. 하지만 데뷔 시즌 이후 잦은 부상에 시달리며 ‘유리 몸’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올 시즌은 달랐다. 정규리그 전 경기에 나서 마당쇠 역할을 했다. 이번 챔피언결정전에서는 평균 17.8점 9.7리바운드로 활약했고, 기자단 투표에서 87표 중 77표를 얻어 플레이오프 MVP를 차지했다. 2007-2008시즌 원주 동부 김주성에 이어 역대 2번째 MVP 트리플크라운이다.
오세근은 부상투혼도 불사했다. 1차전에서 상대 수비의 손에 맞아 코피를 흘렸고, 4차전에서는 왼손 중지와 약지 사이가 찢어져 8바늘을 꿰맸다. 5차전에서는 흉부 미세골절상을 당했다. 오세근은 6차전에 흉부 전용 보호대가 없어 무릎 보호대를 직접 잘라 착용한 뒤 코트를 밟았다. 오세근은 “팀 동료들이 모두 잘해줬는데 제가 대신해서 상을 받았다. 쌍둥이 아빠가 된 뒤 가장으로서 책임감이 생겨 더욱 집중력을 발휘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주장 양희종과 해결사 이정현의 역할도 컸다. 양희종은 시리즈 내내 적극적인 수비와 허슬플레이로 모범을 보이며 팀 사기를 끌어올렸다. 특히 그는 큰 경기에 강했다. 이날 최종전에서는 3점슛 8개를 꽂는 신들린 슛 감각까지 뽐내며 우승에 일조했다. 양희종은 5년 전 동부와의 챔피언결정전에서 우승할 때도 종료 9초 전 역전 위닝샷을 성공했다. 해결사 이정현은 우승을 확정하는 결승 레이업슛으로 제몫을 했다.
삼성은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무려 16경기나 치르는 혈전을 치렀지만 준우승에 그쳐 아쉬움을 삼켰다. 외국인 선수 리카르도 라틀리프는 매 경기 더블더블을 써내며 골밑을 지켰지만 하나로 뭉친 KGC의 응집력을 이겨내기엔 역부족이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KGC 창단 첫 통합우승… 2초전 웃었다
입력 2017-05-03 0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