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야당 지도자 나발니, 화학테러에 실명 위기

입력 2017-05-03 05:02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비판해 온 야권 인사들이 잇따라 화학물질 공격을 당해 실명 위기에 놓였다. 이들은 푸틴 정권을 테러 배후로 지목했다.

모스크바타임스는 1일(현지시간) 대표적인 야당 정치인으로 내년 3월 대선에서 푸틴 대통령의 맞수로 꼽히는 알렉세이 나발니(40·사진)가 지난달 27일 괴한으로부터 살균소독액 ‘젤룐카’에 독이 섞인 화학물질 공격을 당해 실명 위기에 놓였다고 보도했다.

나발니는 “3일 동안 15분마다 안약을 넣고 주사도 맞으면서 치료하려 했지만 의사로부터 오른쪽 눈의 시력이 회복되지 않을 수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고 밝혔다.

나발니가 공격받은 이튿날에는 야당 야블로코의 나탈랴 표도로바도 괴한한테 눈에 화학물질 테러를 당했다. 표도로바 역시 며칠이 지나도 한쪽 눈밖에 볼 수 없는 상태로 알려졌다.

야권에서는 두 가지 이유를 들어 공격이 푸틴 정권과 관련 있다고 지적했다.

첫째로 경찰이 사건 조사에 비협조적이라는 점을 들었다. 경찰은 수사 요청을 무시하고 사건 현장의 결정적 단서가 담긴 CCTV 영상도 압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보니 나발니 지지자들이 사건과 관련된 증거를 직접 찾아나서는 상황도 빚어지고 있다.

두 번째로 친정부 성향의 렌TV가 테러 장면이 담긴 동영상을 왜곡해 보도한 사실도 근거로 제시했다. 렌TV가 공개한 영상에는 테러범의 얼굴이 지워져 있었다.

이에 나발니는 “러시아 연방보안국(FSB)과 정권이 연루됐다는 가장 분명한 증거”라고 주장했다.

권준협 기자 ga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