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 5월이면 방영되는 ‘휴먼다큐 사랑’(MBC)은 우리네 이웃들의 인생 스토리를 심도 있게 전하면서 매년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하면서 삶의 의미까지 되새기게 만든다는 점이 인기의 비결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이 프로그램은 오는 8일부터 4주간 매주 월요일 밤 11시에 안방극장에 상영될 예정이다.
그런데 ‘휴먼다큐 사랑’은 어떻게 시작된 것일까. 그 중심에는 이 프로그램을 처음 기획한 윤미현 PD가 있다. 그는 1986년 MBC에 입사해 휴먼다큐멘터리 분야에서 전인미답의 길을 개척한 인물이다. ‘네 손가락의 피아니스트 희아’(2005) ‘휴먼다큐 사랑-아내 김경자’(2006) ‘노인들만 사는 마을-8년의 기록’(2011) 등이 그의 대표작이다. 윤 PD는 이들 프로그램을 기획·연출하면서 휴먼다큐멘터리의 새로운 문법을 만들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윤 PD가 최근 펴낸 ‘크리에이터의 질문법’은 그의 30년 연출 노하우가 집대성된 신간이다. 책에는 수많은 작품을 만들면서 겪은 각양각색 에피소드도 담겨 있다. 윤 PD는 2일 본보와 통화에서 “후배들이나 PD를 꿈꾸는 지망생들이 읽었으면 하는 책”이라며 “콘텐츠를 기획하거나 뭔가를 만드는 데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크리에이티브한 것을 만들라고 하면 부담을 갖는데 그럴 필요가 없어요. 기존에 있던 것들 위에 새로운 시각만 보태면 돼요. 책을 통해 그런 얘기를 하고 싶었어요.”
윤 PD의 이런 조언은 그의 작품들에 고스란히 묻어난다. ‘네 손가락의 피아니스트 희아’가 대표적이다. 이 프로그램은 MBC에서 처음으로 만든 장기 제작 휴먼다큐멘터리였다. 이전까지 휴먼다큐멘터리 제작 기간은 한 달 정도에 불과했다. 하지만 윤 PD는 이런 방식은 ‘주인공의 단면만 잘라 빵틀에 넣고 적당히 찍어내는’ 것이라고 여겼다. ‘오래 찍을수록 깊어진다’는 신념으로 1년간 촬영을 진행해 다큐멘터리 주인공의 인생을 담아냈다.
장기 제작이라는 새로운 형태를 착안해 휴먼다큐멘터리의 지평을 넓힌 셈이다. 이런 방식은 2006년 첫 방송된 ‘휴먼다큐 사랑’ 시리즈를 통해 계속 이어졌다.
‘북극의 눈물’도 독특하긴 마찬가지였다. 자연다큐멘터리에 휴먼다큐멘터리의 화법을 포갠 게 특징이었다. 그는 자연의 풍광을 담으면서 북극 원주민과 동물들의 스토리를 끼워 넣었다. 윤 PD는 이들 작품을 통해 아시아태평양방송연맹(ABU) 다큐멘터리 부문 대상, 미국 뉴욕페스티벌 인간관계부문 금상 등을 거머쥐기도 했다.
그가 거듭 강조하는 것은 휴먼다큐멘터리의 경우 ‘깊이’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깊이가 느껴지는 작품을 만들고 싶어요. 기회가 된다면 휴먼다큐멘터리를 영화 형태로도 만들고 싶습니다. 휴먼다큐멘터리의 영역을 조금씩 넓혀가는 데 일조했으면 하는 게 저의 바람입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새로운 시각 보태고 오래 찍어 다큐 깊은 맛 낸다
입력 2017-05-04 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