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르펜은 푸틴의 친구” vs 르펜 “프랑화로 바게트 사자”

입력 2017-05-03 05:01
프랑스 중도신당 앙마르슈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선 후보가 1일(현지시간) 파리 유세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두 손을 들어 환호에 답하고 있다. 오른쪽은 극우당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 후보가 같은 날 파리 외곽 빌팽트에서 지지를 호소하며 연설하는 모습. AP뉴시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의 복제인간’ 대(對) ‘프랑스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7일(현지시간) 결선투표가 나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막판 세 결집에 나선 두 후보가 상대에게 내뱉은 언사들은 ‘최선’이 아닌 ‘차악’을 가려내는 선거로 전락한 프랑스 대선의 현실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프랑스 여론조사기관 IFOP·피뒤시알이 1일 발표한 결선투표 지지율 조사 결과 중도신당 앙마르슈의 에마뉘엘 마크롱(39) 후보의 지지율은 59%로 극우 국민전선 마린 르펜(48) 후보(41%)에 18% 포인트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마크롱 후보가 우위를 지켰지만 그 격차는 일주일 새 4% 포인트 줄었다. 마크롱 후보가 주춤한 가운데 르펜 후보가 제 갈 길을 서두르는 모습이다.

마크롱 후보는 이날 파리 유세 현장에서 르펜 후보를 푸틴 대통령에 비유하며 극우 공약이 프랑스를 전쟁으로 몰아넣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민전선의 보호주의, 고립주의, 국수주의 정책은 프랑스를 전쟁과 불행으로 이끌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르펜은 푸틴과 동맹”이라며 “이들은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민주주의를 추구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르펜 후보 역시 네거티브전을 이어갔다. 그는 파리 외곽 빌팽트 유세에서 “마크롱은 권력에 집착하는 또 한 명의 올랑드일 뿐”이라며 “세계화와 금융계를 대변하는 민중의 적”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자신의 유럽연합(EU) 탈퇴(프렉시트) 국민투표 공약을 강조하면서 “마크롱은 EU 극단주의자다. 프랑스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손에서 놀아나게 만들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르펜 후보 측은 유로화 대신 프랑화를 재도입해 경제 주권을 되찾겠다고 거듭 주장했다. 국민전선 선거대책본부장 플로리앙 필리포는 “집권 1년 뒤 프랑화로 바게트를 살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집권 시 곧바로 EU와 유로존 탈퇴 협상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CNN방송은 ‘마크롱이 르펜에게 패하게 될까’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마크롱 후보가 좌파와 우파에게 치여 보편적인 인기(universal popularity)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지난달 23일 1차 투표에서 장뤼크 멜랑숑 좌파당 후보에게 투표한 극좌파 성향의 유권자를 설득하는 일이 난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제1야당 중도우파 공화당의 프랑수아 피용 후보 지지자도 집권 사회당 출신으로 올랑드 정부에서 경제장관을 역임한 마크롱 후보에게 선뜻 표를 주는 것을 주저하고 있다.

이번 노동절 집회에서 주요 노동조합들은 르펜 후보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놨을 뿐 투자은행 로스차일드 출신으로 친기업 성향 공약을 쏟아낸 마크롱 후보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2002년 대선 당시 르펜의 아버지인 국민전선 소속 장 마리 르펜 후보에게 맞선 공화당의 자크 시라크 후보가 몰표를 받은 것과는 대조되는 모습으로 미적지근한 블루칼라의 표심이 이번 선거에서 막판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훈 기자 zorb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