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 건설현장 ‘안전 사각’… 국가가 감시 나서야

입력 2017-05-03 05:00
2일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김효섭 소장이 전날 발생한 타워크레인 사고에 대해 머리 숙여 사과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6명이 숨지고 25명이 다친 경남 거제조선소 사고와 관련해 이날 박대영 사장 명의로 사과문을 발표하고 사고 현장을 언론에 공개했다. 뉴시스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크레인 전도 사고를 계기로 건설 현장 안전불감증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하청기업에 안전관리를 떠넘기는 원청기업 처벌 강화와 함께 소규모 건설 현장에 대한 당국의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2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건설현장 산업재해는 2만6570건이다. 하루 평균 72건에 해당한다. 건설 재해는 매년 300∼1000건씩 늘고 있다. 2012년 296명에 그친 건설 사고 사망자도 지난해 554명으로 증가했다. 모든 업종 중 사망자가 가장 많았다.

이는 건설 노동자가 치명상을 입을 수 있는 추락이나 매몰 등의 위험에 장시간 노출돼 있기 때문이다. 고령 근로자 비중이 높은 것과 안전장치 미착용 등도 사망률을 높이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사고 발생 시 건설공사 참여자가 국토교통부가 운영하는 건설안전정보시스템에 신고해야 하지만 이를 어기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건설현장에서 사고를 당한 노동자가 산재신청을 하면 블랙리스트에 올라 재취업이 어렵기 때문에 신고를 꺼린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실제로 한 건설사는 2011년부터 산재 처리를 받은 일부 근로자 명단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기도 했다. 건설노조 관계자는 “하청업체 직원이나 일용직 근로자들이 사고를 당할 경우 사측이 회유해 개인 의료보험이나 공상(회사가 치료비를 내는 방식) 처리하는 경우도 빈번하다”고 말했다.

안전 관리에 소홀한 관계 당국과 사업주의 안전의식 미흡, 근로자의 안전수칙 미준수도 사고 원인으로 지목된다. 모든 안전을 책임져야 할 원청기업이 하청기업에 안전관리까지 떠넘기는 것도 문제다. 지난 1월 2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서울 종로구 호텔 철거 현장 사고도 이러한 원·하청 구조가 낳은 인재였다.

건설 재해 사망자 수는 시공능력순위 10대 건설사가 63%를 차지한다. 국민의당 김삼화 의원실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사망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한 건설사는 대우건설(33명)이었다. 포스코건설(25명) GS건설(23명) 현대건설(22명) SK건설(20명)이 그 뒤를 이었다.

하지만 국가 차원에서 소규모 건설 현장에 대한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심교언 건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사금액 120억원 미만 중소 규모 건설현장 평균 재해율은 대형 건설 현장보다 15배나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감독이 상대적으로 부실한 현장 위주로 정부 차원의 관심과 지도가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삼성중공업 사고원인을 조사 중인 경남지방경찰청 수사본부는 안전규정 준수 여부를 규명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골리앗 크레인과 타워크레인이 작동할 때 부딪치지 않도록 사이렌을 울리거나 무전으로 신호를 주고받는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 조사 중이다.

고용노동부는 사고가 난 공정을 비롯해 삼성중공업 전체에 대해 작업중지 명령을 내렸다. 이에 따라 프랑스 토탈이 발주한 해양플랜트의 6월 인도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박세환 기자, 창원=이영재 기자 foryou@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