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인사이드] 70대 노인과 ‘계약 결혼’ 10억 재산 뜯어낸 친자매

입력 2017-05-03 05:02

70대 노인과 ‘계약결혼’한 뒤 전 재산 10억원을 뜯어낸 50대 여성이 구속 기소됐다.

중소업체 대표를 지낸 A씨(76)는 아내와 사별한 뒤 2012년 자주 가던 다방의 마담 이모(51·여)씨와 재혼했다. 부동산 증여를 조건으로 한 계약 결혼이었다. 자녀들 반대가 심했지만 A씨는 행복한 노후를 꿈꾸며 결혼을 강행했다. 그리고 이듬해 약속대로 4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이씨에게 증여했다.

이들의 계약결혼은 2015년 A씨 아들의 급작스러운 죽음으로 금이 가기 시작했다. 이씨는 아들 죽음으로 심신이 약해진 A씨에게 자신이 잘 아는 무당들을 소개했다. 무당은 A씨에게 남은 재산을 모두 다른 사람 이름으로 해놓으라고 했다. 그러지 않으면 A씨 역시 급사할 것이라 겁을 줬다. 결국 A씨는 선산, 공장부지 등 나머지 6억원 상당의 부동산도 이씨 이름으로 돌려놨다. 자동차와 예금도 이씨 명의로 바꿨다.

이씨는 A씨로부터 증여받은 4억원의 부동산과 명의신탁된 6억원의 부동산을 여동생에게 넘겼다. 3억9000만원에 판 걸로 알려졌지만 이는 위장계약이었다. 매매대금 역시 이씨가 여동생에게 마련해 준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실을 몰랐던 A씨는 지난해 5월 명의신탁한 부동산을 돌려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이씨는 각서만 쓴 채 시간을 끌었다. A씨의 거듭된 요구에 이씨는 ‘A씨가 바람을 피우고 나를 학대했다’는 문자메시지를 지인 70여명에게 전송하고 집을 나갔다.

A씨는 이혼소송과 함께 이씨를 고소했다. 대구지검 서부지청(지청장 장영수)은 지난 1일 횡령과 명예훼손 등 혐의로 이씨와 여동생을 구속 기소했다. 조사과정에서 A씨는 이씨가 자신을 죽이려 했다고도 주장했으나 검찰은 이를 입증할 자료는 찾지 못했다. 다만 이씨가 A씨 명의로 5억원 상당의 생명보험에 가입한 사실을 확인했다.

글=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삽화=공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