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살 딸을 둔 ‘싱글맘’ 최혜미(가명·32)씨는 5월이 되면 더 우울해진다. 어버이날이나 어린이날 같은 기념일에 나들이를 나가면 엄마, 아빠와 아이로 이뤄진 다른 가족들이 더 눈에 띈다. 축제나 행사도 대부분 이들 가족 위주로 진행된다. 최씨는 “가정의 달이면 더 박탈감을 느낀다. 그래서 더 집에만 있으려고 하게 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가족과 행복을 나눠야 할 5월이 ‘아이와 함께 집안에 갇혀 있는 달’이 된 셈이다.
최씨 말대로 가정의 달인 5월은 한부모 가정엔 소외의 달이다. 가족과 함께하는 각종 행사가 양부모가정에 초점을 맞춰 진행되기 때문이다. 가족형태는 다양해지고 있는데 사회 인식이 변하는 속도는 더디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체 가구에서 한부모 가구가 차지하는 비율은 2005년 8.6%에서 2015년 9.5%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한부모 가정이 더 이상 소수가 아니라는 의미다. 편견과 달리 혼자 아이를 키우게 된 이유도 다양하다. 통계청 조사 결과 한부모 가구 형성 원인은 이혼(32.8%)과 사별(29.7%), 미혼모·미혼부(11.6%) 순이었다.
열 중 한 가정에서 엄마나 아빠 혼자 아이를 기르고 있지만 이들을 고려한 가족행사 문화는 자리 잡지 못했다. 이 때문에 역설적이게도 한부모 가정이 느끼는 차별과 편견은 가정의 달에 더 두드러진다.
엄마 손에 자란 취업준비생 김모(28·여)씨도 5월을 유독 쓸쓸한 시간으로 기억하고 있다. 초등학교 3학년이었던 1998년 부모님이 이혼한 후 김씨는 엄마와 단둘이 살았다. 그 이후 가정의 달 행사는 다른 세계 이야기가 됐다. 어린이날에 어딘가를 놀러간 기억도 없다.
특히 초등학교 5학년 5월 운동회 날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가족이 함께 참여하는 행사라 다른 친구들은 운동장에서 가족들과 도시락을 까먹는데 김씨만 엄마 손을 붙잡고 인적이 뜸한 인근 분식점으로 향했다. 김씨는 “엄마는 우리 가족만 엄마 혼자 왔다는 걸 좋지 않게 생각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한부모연합 전영순 대표는 “가정의 달에는 양부모가정 위주로 행사가 짜이다 보니 아빠나 엄마가 없거나 하는 아이들이 ‘나는 끼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을 받는 소외현상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기업이나 지자체 등에서 진행하는 가정의 달 행사 포스터에는 대개 아빠, 엄마, 두 자녀로 구성된 그림이나 사진이 담겨 있었다.
전문가들은 한부모 가정에 대한 차별적 인식을 바꾸는 게 급선무라고 조언했다. 인천한부모가족지원센터 장희정 공동대표는 “한국 사회에 한부모 가정이 많은데도 잘 드러나지 않는 이면에는 부모가 모두 있어야 아이가 잘 자란다는 사회적 편견이 자리 잡고 있다”고 했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맞벌이·한부모·조손가족 등 다양한 형태의 가족에 대해 선입견을 버리는 게 중요하다”며 “공적인 영역에서 ‘다른 가족의 형태’에 대해 부정적인 발언이나 행동을 하는 것은 차별이라는 걸 인지할 수 있는 ‘차별에 대한 감수성’을 조성해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경희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혼율이 높아지는 등 한부모 가정이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도 ‘정상가족 이데올로기’가 지배적인 사회규범으로 작동하고 있다”며 “다양한 가족을 존중하는 정책을 시행하면서 사회의 다원성을 쌓아가야 변화를 유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임주언 이형민 기자 eon@kmib.co.kr
행사마다 아빠·엄마·아이… 5월이 더 우울한 한부모가정
입력 2017-05-03 0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