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2일 “기득권 양당의 적대적 공생관계가 재현되려 한다”며 “문재인·홍준표를 뽑으면 보복정치가 재현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 후보는 대선 구도가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의 양당 구도로 재편되는 상황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하지만 안 후보가 김종인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와 어렵사리 띄운 ‘개혁공동정부’는 지지율 반등의 계기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에게 뒤지는 결과도 나왔다.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서 캠프 내부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안 후보는 서울 여의도 당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긴급 선대위 회의에서 “국민을 둘로, 셋으로 나누고 심지어 궤멸시키겠다는 세력이 부활하고 있다”며 “선거기간 동안 제가 더 좋은 모습을 보였다면 이렇게 과거로 돌아가는 모습은 없었을 것”이라고 자책했다. 이어 “문재인 민주당 후보를 이기기 위해 ‘반(反)문재인 단일화’를 하라는 얘기를 1000번은 더 들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며 “더 좋은 정권교체를 한다던 제가 표를 얻기 위해 그런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민을 위한 연대만이 정의로운 길”이라며 “변화와 미래를 위해 국민과 뚜벅뚜벅 걸어가겠다”고 말했다.
안 후보가 현 상황을 ‘비상 상황’으로 규정하며 돌파를 선언했지만, 이렇다 할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게 당내 인식이다. 개혁공동정부 준비위원회가 지난달 30일 발족한 뒤에도 지지율은 답보 상태다. 캠프 핵심 관계자는 “개혁공동정부 발족 타이밍이 늦어 진의를 의심받는 상황”이라고 했다.
게다가 홍 후보가 보수표를 결집시키며 보여주는 ‘뒷심’이 무섭다는 평가마저 나온다. 데일리안이 여론조사기관 알앤서치에 의뢰해 4월 30일∼5월 1일 전국 성인남녀 1961명을 대상으로 지지율 조사를 한 결과 안 후보는 홍 후보에게 1.8% 포인트 뒤진 19.4%를 기록했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국민의당 호남 의원은 “보수표 결집 양상 때문에 애써 다잡은 호남 민심이 문 후보를 밀어줄까 우려된다”고 했다.
양당 중심의 대선 구도가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안 후보 측 관계자는 “20대 총선 때 국민의당은 기득권 양당 체제를 허물어야 한다는 메시지로 큰 지지를 받았다”며 “여기에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와의 양자 연대가 성사되면 돌파구가 열릴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박지원 상임공동선대위원장도 당사에서 기자들을 만나 “김 전 대표가 구여권 인사를 많이 접촉했다. 더 보폭을 넓혀 달라고 말씀드렸다”고 했다.
안 후보는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열린 ‘2030 희망토크’ 행사에서 ‘청와대 청년수석실 신설’ ‘청년고용보장제 도입’ 등 그간 발표한 정책을 설명하며 청년 표심 잡기를 이어갔다. 낙태 문제에 대해서는 “복합적 문제라 전면금지 혹은 100% 허용 둘 다 답은 아니다”며 “문제를 공론화해 빨리 사회적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문동성 조효석 기자 theMoon@kmib.co.kr, 사진=곽경근 선임기자
안철수, 문재인·홍준표에 끼여 사면초가
입력 2017-05-02 17:54 수정 2017-05-02 2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