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문재인·홍준표에 끼여 사면초가

입력 2017-05-02 17:54 수정 2017-05-02 21:27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2일 오전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열린 '우리 청년이 멘토다' 행사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기호 3번을 의미하는 OK 사인을 만들어 보이고 있다. 곽경근 선임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2일 “기득권 양당의 적대적 공생관계가 재현되려 한다”며 “문재인·홍준표를 뽑으면 보복정치가 재현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 후보는 대선 구도가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의 양당 구도로 재편되는 상황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하지만 안 후보가 김종인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와 어렵사리 띄운 ‘개혁공동정부’는 지지율 반등의 계기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에게 뒤지는 결과도 나왔다.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서 캠프 내부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안 후보는 서울 여의도 당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긴급 선대위 회의에서 “국민을 둘로, 셋으로 나누고 심지어 궤멸시키겠다는 세력이 부활하고 있다”며 “선거기간 동안 제가 더 좋은 모습을 보였다면 이렇게 과거로 돌아가는 모습은 없었을 것”이라고 자책했다. 이어 “문재인 민주당 후보를 이기기 위해 ‘반(反)문재인 단일화’를 하라는 얘기를 1000번은 더 들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며 “더 좋은 정권교체를 한다던 제가 표를 얻기 위해 그런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민을 위한 연대만이 정의로운 길”이라며 “변화와 미래를 위해 국민과 뚜벅뚜벅 걸어가겠다”고 말했다.

안 후보가 현 상황을 ‘비상 상황’으로 규정하며 돌파를 선언했지만, 이렇다 할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게 당내 인식이다. 개혁공동정부 준비위원회가 지난달 30일 발족한 뒤에도 지지율은 답보 상태다. 캠프 핵심 관계자는 “개혁공동정부 발족 타이밍이 늦어 진의를 의심받는 상황”이라고 했다.

게다가 홍 후보가 보수표를 결집시키며 보여주는 ‘뒷심’이 무섭다는 평가마저 나온다. 데일리안이 여론조사기관 알앤서치에 의뢰해 4월 30일∼5월 1일 전국 성인남녀 1961명을 대상으로 지지율 조사를 한 결과 안 후보는 홍 후보에게 1.8% 포인트 뒤진 19.4%를 기록했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국민의당 호남 의원은 “보수표 결집 양상 때문에 애써 다잡은 호남 민심이 문 후보를 밀어줄까 우려된다”고 했다.

양당 중심의 대선 구도가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안 후보 측 관계자는 “20대 총선 때 국민의당은 기득권 양당 체제를 허물어야 한다는 메시지로 큰 지지를 받았다”며 “여기에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와의 양자 연대가 성사되면 돌파구가 열릴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박지원 상임공동선대위원장도 당사에서 기자들을 만나 “김 전 대표가 구여권 인사를 많이 접촉했다. 더 보폭을 넓혀 달라고 말씀드렸다”고 했다.

안 후보는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열린 ‘2030 희망토크’ 행사에서 ‘청와대 청년수석실 신설’ ‘청년고용보장제 도입’ 등 그간 발표한 정책을 설명하며 청년 표심 잡기를 이어갔다. 낙태 문제에 대해서는 “복합적 문제라 전면금지 혹은 100% 허용 둘 다 답은 아니다”며 “문제를 공론화해 빨리 사회적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문동성 조효석 기자 theMoon@kmib.co.kr, 사진=곽경근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