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2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비용 논란과 관련, “미국으로부터 비용 부담에 대해 통보받은 바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미국 측이 사드 배치와 관련해 한국 측의 부담을 언급하거나 비용 문제를 거론한 적이 없다”며 “사드 비용에 관한 재협상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말 미국이 사드 배치 비용 문제를 논의하자고 제안했다는 한 언론 보도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허버트 맥매스터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재협상 시사 발언에 대해 “대통령을 보좌하는 참모로서 (제한된) 입장에서 나온 것으로 이해한다”고 분석했다. 김관진 청와대 안보실장이 올 1월 9일과 3월 15일 미국을 방문했을 당시 한·미 간 사드 비용 문제는 언급되지 않았다는 취지다.
사드 비용에 대한 정부와 국방부의 입장은 분명하다.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에 의거해 주한미군이 운용하는 무기체계 비용은 미국이 부담한다는 원칙이 준수돼야 한다는 것이다. 국방부는 사드 배치 결정 과정에서도 비용 문제는 SOFA를 준용한다는 원칙 하에 추가적인 논의는 없었다고 강조해 왔다.
미국이 운용하기 위해 한반도에 들여온 미군 무기들의 비용을 한국이 부담한 사례는 없다. 때문에 미군 무기의 한반도 배치·운용은 전적으로 미군이 결정해 왔고 우리 국회의 비준동의를 거치지도 않았다.
만약 미국이 사드 배치 비용 관련 재협상을 요구할 경우 SOFA를 개정해야 한다. SOFA 개정은 간단한 사안이 아니다. 사드와 관련된 조항은 제5조(시설과 구역)로 ‘한국 측은 주한미군 시설과 구역, 통행권 등을 제공하며 미국 측은 미군의 유지에 따르는 모든 경비를 부담한다’고 규정돼 있다. SOFA 개정 작업이 시작될 경우 이 조항만 개정할 수 없다. 국내에서는 2001년 개정된 SOFA 규정과 관련해 환경 문제, 미군범죄 문제 등 다양한 불평등 조항이 지적돼 왔다. 미국이 사드 비용을 받아내겠다고 SOFA 개정을 요구하면 이런 조항 개정 문제도 모두 다뤄야 할 가능성이 높다.
사드 비용 분담 문제는 자칫 한·미동맹의 근간을 흔들 수도 있다. 한국은 이미 사드 배치에 대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사드 부지를 제공한 ‘괘씸죄’로 롯데그룹은 중국의 보복으로 3월 한 달 매출 손실만 2500억원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서 한국산 화장품들이 줄줄이 퇴출당하고 한국 관련 각종 문화행사가 자취를 감춘 지 오래 됐다. 산업은행은 지난 3월 중국의 사드 보복이 현 수준으로 유지되면 올해 한국 경제의 피해 규모는 100억 달러(약 11조원)에 달하고 보복 강도를 높이면 2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미국도 이런 사실을 알고 있으며 한국인들에게 미안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의 사드 보복을 당하는 상황에서 미국이 사드 운용 비용 분담을 요구할 경우 동맹 관계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존 합의사항을 뒤집겠다고 압박하는 것은 ‘안보’를 무기로 경제적 이득을 취하겠다는 속셈으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 군사 전문가는 “‘사드를 미국으로 가져가라’는 여론이 불거질 수 있다”며 “비용 문제에 대한 혼선이 조속히 해소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
靑 “美로부터 사드 비용 부담 통보받은 바 없다”
입력 2017-05-02 17:58 수정 2017-05-02 21:29